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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패션의 귀환…'곱창' 머리끈이 돌아왔다 [민지혜의 패션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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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습니다. 엄마 옷장 속 어깨뽕이 잔뜩 들어간 촌스러워보이던 원피스가 어느날 갑자기 유행을 하고, 1998년 배우 김희선 씨가 드라마에서 착용했던 쭈글쭈글한 곱창 머리끈이 다시 길거리에 깔리기 시작하는 게 패션 트렌드의 본질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고(故) 칼 라거펠트도 샤넬의 옛날 아카이브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는다고 했었죠. 그래서 여자들은 매일 '입을 옷이 없다'고 투정부리면서도 '버릴 옷 하나 없다'고들 합니다. "언젠가 다시 유행할 거다"라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죠.


최근 가장 신기했던 건 곱창 머리끈입니다. 곱창처럼 쭈글쭈글하다고 이름 붙여진 이 헤어 액세서리의 정식 명칭은 주름잡혀있다는 뜻의 '헤어 스크런치(hair scrunchie)'입니다. 몽글몽글 귀엽다고 해서 '헤어 슈슈(hair chouchou)'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스크런치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뭔가 새로운 액세서리가 유행하나보다 했는데, 웬걸. 김희선 씨가 착용하던 그 곱창 머리끈이었습니다. 물론 그땐 단색에 커다란 사이즈가 유행했고 지금은 체크, 물방울 등 다양한 패턴이 들어간 알록달록하고 작은 사이즈가 유행하는 게 다르긴 합니다. 어찌됐건, 1998년 그 유행을 좇았던 제 어릴 적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했습니다.


언제부터, 왜 스크런치가 다시 유행하게 된 걸까요? 유행이라는 것의 시작은 사실 아무도 모릅니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이 착용하면서부터를 보통 유행의 시작점으로 보긴 합니다. 작년 가을, 겨울엔 블랙핑크의 제니, 레드벨벳의 조이 등 걸그룹 멤버들이 스크런치를 착용하고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해외에선 2017년 즈음부터 셀레나 고메즈 같은 유명 연예인들이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대히트'를 하려면 팬덤을 형성한 인기 연예인의 사진이 필요한 게 공식처럼 자리잡긴 했습니다.


올 들어 갑자기 유행하기 시작한 건 아무래도 가수 겸 배우 아이유의 사진이 한몫 한 것 같습니다. 아이유는 콘서트 연습 때, 또 스페인으로 가족여행을 간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여러 장 올렸는데, 그 속에서 스크런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긴 머리를 반만 위로 높이 묶는 스타일이었는데요, 사실 이 헤어스타일 자체도 복고풍입니다. 그 자체가 여성스러워보이는 면도 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뉴트로(새로운 복고) 트렌드에 맞는 니트, 롱치마와 함께 헤어슈슈로 반머리를 연출한 것이죠.

그 이후 길거리에서 헤어 스크런치를 한 여성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옥션, 11번가, G마켓 등 오픈마켓에서도 스크런치를 안 파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명품 브랜드에서도 나왔습니다. 베르사체의 실크 소재 스크런치는 마치 스카프를 잘라 만든 것 같은 디자인이 특징이죠.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통 면 소재 스크런치 가격이 싼 것은 1000원대부터 보통 3000~5000원대인데, 베르사체의 실크 스크런치는 12만~15만원대라고 합니다.

'아저씨 샌들'로 불리던 스포츠 샌들이 다시 돌아온 것도 복고 트렌드를 보여줍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너도나도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물론이고 리복, 아식스, 프로스펙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의 샌들 하나쯤 다 갖고 있었더랬죠.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 스포츠샌들에 양말을 신은 아저씨들이 등장하면서 어느새 유행은 확 꺼져버렸습니다. 그 스타일이 다시 돌아온 건 3~4년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홍대 등 젊은층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서 짧은 머리 스타일의 남성들이 낚시조끼에 반바지, 스포츠샌들에 양말까지 신고 당당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한 겁니다. 지금은 샌들 안에 예쁜 색상의 양말을 신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돼버렸죠. 지금 10대들은 아마 스포츠샌들이 옛날에 유행했던 걸 전혀 모를 수도 있겠네요.

유행이 돌고 도는 것은 이미 우리에게 학습돼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젊었던 시절의 흑백 사진을 보면 잘 알 수 있죠. 세일러복이라고 불렀던 넓은 카라의 교복을 입던 그때 그 시절 옷이 지금 '뉴트로'라는 이름으로 블라우스, 원피스 등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통바지와 롱치마, 반머리와 곱창 머리끈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유행을 좇는 사람이 '패셔니스타'라고 할 순 없겠지만, 여전히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멋쟁이들도 요즘엔 참 많지만,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매일 고민이 되는 사람이라면 '복고'에서 답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옷 입을 줄 아는 센스'가 필요하다면 일단 옷장 속 해묵은 아이템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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