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반(反)중국 시위에 따른 경기 침체로 홍콩 부동산 시장에서 압류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제정하면 압류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부동산 경매회사 센트리21의 조사 결과 이달 들어 홍콩에서 압류된 부동산은 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6)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8년 동월(19개)에 비해선 다섯 배로 늘었다.
이마저도 정부의 지원과 법원 폐쇄 등으로 매우 축소된 수치라고 SCMP는 전했다. 홍콩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상당 기간 원금 상환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1만1000여 가구가 혜택을 받았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홍콩 법원이 석 달 넘게 폐쇄되면서 압류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홍콩에선 집을 살 때 집 값의 약 80∼90%를 대출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집값이 10∼20%만 떨어져도 담보 가치 하락을 우려한 은행이 대출금을 일부 상환할 것을 재촉한다. 대출자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주택은 압류 절차를 밟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엔 홍콩의 부동산 압류가 3600여 건에 달했다.
홍콩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 부동산 압류는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올해 1분기 홍콩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8.9%로 추락했다. 5월 실업률은 5.9%로 전달(5.2%)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5년 상반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6월 실업률은 6%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센츄리21은 "홍콩보안법이 제정되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실업률이 더 치솟을 것"이라며 "내년에 부동산 압류 건수는 1000~2000건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