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공포가 중국 수도 베이징을 덮친 가운데 중국이 그 책임을 중국 밖으로 돌리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9명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 중 39명이 중국 본토 내에서 발생했다. 베이징에서 36명, 허베이성에서 3명이 각각 보고됐다. 나머지 10명은 해외에서 들어온 환자로 확인됐다.
베이징에선 지난 11일 1명의 신규 확진자가 56일 만에 나온 이후 12일 6명, 13일 36명, 14일엔 36명이 추가로 감염됐다. 이로써 지난 4일 동안 베이징에선 79명의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
베이징의 신규 확진자는 모두 베이징의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펑타이구 신파디 시장의 종사자나 방문객으로 확인됐다. 허베이성에서 감염된 3명의 환자도 신파디 시장 감염자의 밀접 접촉자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징시 당국은 13일부터 신파디 시장과 인근 지역을 봉쇄하고 펑타이구 부구청장을 면직 처분하는 등 강력한 조치에 돌입했다. 베이징시 교육위원회는 모든 학생이 1m 거리를 유지하고 등교부터 하교 때까지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시했다. 신파디 시장 주변 11개 아파트 단지를 봉쇄하고 인근 주민들에 대해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베이징시 당국은 "신파디 시장에서 수입 연어를 절단할 때 쓰는 도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이 유럽에서 온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어떻게 시장에 왔는지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신 환구시보는 '베이징은 새로운 코로나19 확산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베이징의 코로나19 예방 및 통제 조치가 중국 내에서 가장 엄격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퍼졌는지 등을 파악할 수 없다"면서 "이번 사태는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국가가 많을 때 중국이 코로나19를 완전히 근절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베이징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한 것과 관련해 자칫하면 불거질 수 있는 '중국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