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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극우파의 '맞불 시위'까지…전쟁터된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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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의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궁 앞 의회광장에서 수천 명의 극우파 백인 시위대가 주도한 대규모 폭력 시위가 13일(현지시간) 일어났다. 미국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해 런던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인종차별 항의 집회에 맞선 극우파들의 ‘맞불 시위’였다.

시위대는 연신 인종차별 구호와 유명 극우 정치인들의 이름을 외쳐댔다. 기자를 비롯한 동양인들에겐 혐오 발언과 함께 위협을 가했다. 경찰을 향해선 술병과 화염병을 잇달아 투척했다.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몸싸움이 빚어졌다. 화염병 불꽃과 연막탄 연기가 자욱한 런던 심장부의 모습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시위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의 잇따른 동상 훼손 사건이 발단이 됐다. 일부 시위대는 지난 주말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에서 열린 시위에서 17세기 노예무역상인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훼손한 뒤 강에 던져버렸다. 런던 화이트홀(정부청사) 인근에 있는 제1차 세계대전 승전기념비도 훼손했다. 지난 7일엔 의회광장에 있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동상에 ‘처칠은 인종차별주의자였다’라는 낙서가 새겨졌다. 처칠 전 총리가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에 대해 탄압정책을 펼쳤다는 이유에서였다.

BBC는 수천 명의 백인 극우파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날 의회광장에 집결했다고 전했다. “이민자들로부터 영국 역사를 지키고, 기념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극우파 시위대는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이 훼손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의회광장에 세워진 넬슨 만델라와 마하트마 간디 동상을 파괴하려고 했다. 경찰은 급히 동상에 보호막을 씌워 이를 막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긴급성명을 통해 “경찰을 공격하는 자에겐 누구에게라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폭력은 거리에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한 인종차별 항의시위도 이날 인근 트래펄가광장에서 열렸다. 이 시위에서도 경찰들과의 몸싸움이 일부 벌어졌다. 앞서 지난 주말 열린 시위에선 경찰들이 흑인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달 초부터 줄곧 평화적으로 진행된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일부 극단주의자의 폭력행위로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은 있지만 동상을 훼손하는 행위 등이 극우파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줬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이 만연한 영국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극우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회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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