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지형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크게 바뀌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행태와 산업 구조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 같은 구도는 앞으로 상당 기간 고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말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부터 10위는 삼성전자(333조원), SK하이닉스(69조원), 네이버(31조원), 삼성바이오로직스(29조원), 현대차(26조원), 현대모비스(24조원), 셀트리온(23조원), LG화학(22조원), 포스코(21조원), 삼성물산(21조원) 차지였다.
올 6월 11일 기준 이 순위는 삼성전자(324조원), SK하이닉스(64조원), 삼성바이오로직스(49조원), 네이버(40조원), 셀트리온(39조원), LG화학(33조원), 삼성SDI(27조원), 현대차(23조원), 카카오(23조원), LG생활건강(21조원)으로 바뀌었다.
시총 상위를 차지한 건 반도체, 바이오, 인터넷, 2차전지 등 대부분 4차 산업혁명주다. 철강 회사인 포스코는 작년 말 9위에서 현재 17위로 밀려났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장할 수 있는 산업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예전 모습으로 사회가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철강·화학·정유·자동차 등 한국 경제의 성장과 수출을 이끌었던 중후장대 산업에 대한 흥미를 잃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산업의 중심축이 정보기술(IT)과 바이오·헬스케어,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바뀌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D램값 하락에 최근 굴곡을 겪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등에 들어가는 필수품이어서 중·장기 전망은 밝다는 평가다. 2차전지주도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크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132.6% 올랐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주도 실적이라든가 신약이라든가 성과가 있는 곳으로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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