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인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촉발시킨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세상에 알린 주인공은 10대 흑인 소녀였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백인 경찰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제압하는 장면은 한 10대 소녀가 촬영한 영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일간지 스타트리뷴은 이 영상을 찍은 다넬라 프레이저(17)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다넬라 프레이저는 자신의 변호인 세스 코빈을 통한 인터뷰에서 영웅이 되려는 생각은 없었고, 이 동영상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혀 생각도 못 했다고 전했다.
프레이저는 사건 당일 9살 사촌 동생과 편의점에 방문했다. 이 편의점은 플로이드가 20달러짜리 위조지폐로 담배를 산 곳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4명은 차 안에서 플로이드를 끌어냈다. 수갑을 찬 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플로이드를 경찰은 강압적으로 제압했다.
프레이저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촬영했다. 당시 경찰의 제지에도 영상을 계속 촬영했다. 코빈 변호인은 프레이저의 동네에서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녹화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프레이저는 "세상은 내가 본 것을 봐야만 했다. 이런 일은 조용히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고 했다.
코빈은 "그녀(프레이저)의 용기와 침착성, 떨리지 않는 손, 그리고 그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겠다는 마음이 없었더라면 그 4명의 경찰관은 모두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며 어쩌면 또 다른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초기에 경찰은 플로이드가 저항해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플로이드의 사망 원인은 '의료사고'라고도 발표했다.
프레이저는 이 동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뒤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 동영상을 봐라"라는 글을 올렸다. 프레이저의 영상이 없었다면 경찰의 거짓 해명으로 이 사건은 묻힐 뻔했다.
현재 플로이드 체포를 담당했던 경찰 4명은 모두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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