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식 경기 진단 보고서인 '그린북'에서 최근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 개선 조짐이 보이고 고용 감소폭이 축소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 경기 지표가 마이너스를 가리키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팬데믹(Pandemic·대유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섣부른 낙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12일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 위축세가 완만해지고 고용 감소폭이 축소되는 등 실물경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의 종합 평가는 "실물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였다. 온도 차이가 분명하다.
정부의 '믿는 구석'은 소비였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카드승인액(신용·체크카드)은 전년 동월보다 5.3% 증가했다. 지난 3월(-4.3%)과 4월(-5.7%)에 사상 처음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데서 반등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4월 70.8에서 지난달 77.6로, 6.8포인트 올랐다.
정부는 고용 부진도 완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감소폭은 3월 19만5000명에서 4월 47만6000명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39만2000명으로 다소 줄었다. 일도 안하고 구직 활동도 안하는 '비경제활동인구' 증가폭도 4월 83만1000명에서 지난달 55만5000명으로 내려갔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지난 10일 "코로나19의 1차 고용시장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하지만 소비·고용의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고 평가하기 이르다고 말하는 지표도 적지 않다. 우선 대형마트 등 할인점 매출액은 지난달 9.3% 감소했다. 4월(-0.9%)보다 감소폭이 크게 뛰었다. 5월 백화점 매출액도 9.9% 마이너스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지난달 반등했다고는 하나 지수(77.6)자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77.9)과 비슷할 정도로 여전히 저조한 상태다.
고용도 아직 엄중한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 취업자 감소 수가 축소된 건 사실이나 여전히 감소폭은 40만명에 육박한다.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태에서 취업자가 감소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기도 하다. 지난달 실업률도 4.5%로, 1999년 6월 통계 작성 방식 변경 이후 5월 기준 최대치를 찍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은 경제 활동을 재개했던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6.9%, 5.3% 하락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부진이 심해지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치명적이다. 수출금액은 지난 4월 25.1% 급감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23.7% 줄었다. 기재부도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신흥국 불안 등 위험 요인으로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다만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수립·집행의 고삐를 늦추지는 않을 방침이다. 기재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소비·투자 활성화 대책과 한국판 뉴딜 등 주요 정책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