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 구성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당일에 여야 간 대치로 또다시 불발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가져오되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을 야당에 넘겨주는 중재안을 제안했지만 미래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을 뺏기면 야당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며 최종 거부했다.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열었다가 안건 상정 없이 개의 15분 만에 산회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민주당은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킬 계획이었지만 통합당과의 협상이 파행을 빚으면서 선출 일정 자체가 미뤄졌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협상 타결을 기대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유감”이라며 “마지막 합의를 촉구하기 위해 3일간의 시간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15일엔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 건을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통합당 의원들은 아예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줄 수 있는 최대치를 뛰어넘는 모든 노른자 상임위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됐다”며 “가(假)합의안을 거부한 행태를 통합당은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언급한 가합의안은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11 대 7로 배분하고, 최대 쟁점인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는 대신 예결위원장은 통합당 몫으로 건네주는 안이다. 이 안에 따르면 민주당은 법사위를 비롯해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 총 11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간다. 통합당은 예결위와 국토교통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7개 상임위를 받는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민주당)가 일방적으로 제안한 게 아니라 그쪽(통합당) 의견을 대폭 수용한 안”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이 같은 안에 합의한 적이 없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제안만 받았지 해당 안에 합의하지 않았다”며 “법사위를 뺏기면 야당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고 국회 자체도 국회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가서 해보라”며 “더 이상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통합당은 17대 국회 이후 관행적으로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다른 상임위를 가져와봤자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열린 의총에서도 대다수 의원이 법사위를 뺏겨선 안 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 3선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배분받지 못하면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놓겠다”고 했다. 통상 상임위원장은 3선 의원이 맡는 게 관례다.
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