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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R까기] 누가 집값에 풍선을 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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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평가할 때 꺼려하는 단어라면 '풍선효과'다. 풍선효과는 어떤 부분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정부가 제 아무리 강경한 규제를 내놔도 또 문제가 발생한다는 얘기니 싫어할 만한 단어다.

문재인 정부들어 스무번이 넘도록 규제가 발표되면서 '핀셋규제'와 '풍선효과'는 커플같이 따라 다녔다. 정부가 규제를 발표하면 시장은 풍선으로 화답하는 모양새였다. 규제를 하지 않은 곳에서 집값이 튀어오르고 투자자들이 몰렸는데, 이게 한두번도 아니고 하루이틀도 아니었다.

너무나도 예외가 없고 예상대로다. 그럼에도 정부는 풍선효과를 인정하기 보다는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도 그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얘기를 논하는 자리에서 돌연 집값 얘기를 꺼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한국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시세'가 나오는 날이었다. 서울 아파트값이 2개월여만에 반등한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홍 부총리는 "주택시장 불안조짐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지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주저없이 시행할 것"이라며 경고를 날렸다. 또 "저금리 기조, 풍부한 유동성 등에 기반한 주택가격의 재상승 우려가 공존한다"며 "최근 서울, 수도권 규제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세가 주춤하고 비규제 지역의 가격상승세도 지속 포착돼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만 경고장을 줄줄이 내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방 주택가격에 불안 조짐이 있다"고 언급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하면 정책을 하겠다는 게 일관된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고 당연한 현상이다. 정부 못잖게 시장도 이미 수년째 전망과 경고를 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억지 규제는 소용이 없다고 말이다. 규제가 없는 곳으로 돈이 쏠릴 수 밖에 없고, 규제가 전면적으로 확산된다면 다시 규제가 있는 곳으로 돈이 들어온다고 말이다.

부동산 시장에 돈과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는 대표적인 곳이 청약시장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집값이 오르고 규제를 나날이 강화되면서 '조금이라도 덜 올랐을 때, 규제가 더 나오기 전에 청약하자'는 게 대세가 됐다. 그 때가 바로 '오늘'이다. 내일은 더 오르거나 규제가 나온다. 서울에서 나온 무순위 청약에 26만명, 수원에서 나온 무순위에 10만명이 몰린 건 우연이 아니다. 몇년 전만해도 전매제한이 어려워 미달사태가 났던 서울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에도 수만명이 접수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예고가 풍선효과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오는 8월부터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광역시에서 분양권 전매를 강화한다고 지난달 발표하자 광역시 수요는 폭발하고 있다. 부산, 대구는 물론 인천에서는 14만명이 청약을 신청할 정도다. 전매가 바로 가능한 지방 도시에는 사상최대 청약자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일부 유튜버들이나 전문가들은 집값이 폭락하니 지금 사지 말라고 조언한다. 맞는 말이다. 자금의 여유가 있고 가점까지 넉넉한 무주택자라면 서두를 필요는 없다. 분양가 상한제로 로또 청약이 나올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의무거주기간과 전매제한이 최대 10년까지 늘어난다. 막상 살려고 보니 동호수가 마음에 안들거나 자녀 때문에 이사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사고팔수 없다는 얘기다. 싼값에 집을 사는 대신 자유롭게 이사가기도 수월치 않게 된다. 여당에서 밀고 있는 임대차보호법 3법이 통과되면 맘 편히 세입자를 들일 집주인이 얼마나 될까 싶다. 전세 구하기 쉽지 않겠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경고만큼이나 시장경제가 내놓는 전망과 경고도 엄중하다. 시장을 돌아가게끔 하는 중요한 구성원은 국민이다. 돈 될만한 곳으로 돈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같은 투자자인데 주식에 몰려가면 동학 개미이고, 부동산에 쏠리면 투기꾼이 된다. 이러한 프레임을 갖고 있으니 정부도 규제를 먼저 떠올리는 게 당연하다. 풍선효과를 인정하는 순간 그동안 내놓은 규제들은 의미가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규제를 내놓건 우선시되어야하는 건 납득이 될만한 공감대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은 없으니 말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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