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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동은 "'페북픽' 역주행…'반쪽 가수' 아닌 '국민 가수'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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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크/블루스 장르 차트에서 유독 눈에 띄는 가수가 한 명 있다. 볼빨간사춘기, 스탠딩 에그, 십센치, 윤딴딴 등 젊은 아티스트들 사이를 뚫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데뷔 32년차 가수 이동은이다. 다소 낯선 이름의 그는 1987년 유영석과 함께 결성한 푸른하늘 멤버로 데뷔해 '겨울바다'로 인기를 얻었던 가수다. 그리고 30여년이 넘는 무명 시절을 겪은 끝에 최근 지난해 발표한 '이것도 사랑이니'로 역주행을 이뤄냈다.

푸른하늘 이후 포크 록 장르에 전념하기로 한 그는 라이어 밴드, 프로젝트그룹 포커스 등으로 음악 활동을 지속해 왔다. 솔로로도 '참 잘했어', '딸의 전화', '사랑한다 그 말 한마디' 등의 곡을 발표했지만 음원 차트에 진입한 것은 '이것도 사랑이니'가 처음이다. 포크/블루스 차트에서는 10위권 내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멜론 실시간 차트 67위까지 올랐다.

LP, 음반 세대인 그가 음원으로 호성적을 거두다니 분명 주목할 만 하다. 이른바 '페북픽'. 이동은은 음원 차트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바이럴 마케팅이 일궈낸 결과라면서 개인 유튜브 채널 및 페이스북 페이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홍보를 언급했다.

시작은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에 후배 가수의 커버 영상을 올린 것에서 출발했다. 이전까지는 본인 혹은 고(故) 김광석, 비틀즈의 노래를 불렀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미했던 반응은 박혜원(HYNN)의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변화했다. 후배 가수들을 커버한 영상을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져가기 시작하면서 조회수도 급증했다는 것이 이동은의 설명이었다. 어느덧 유튜브 구독자는 2만 명이 훌쩍 넘어 3만 명을 향해 가고 있다. 커버 영상들이 각종 SNS에서 100만뷰를 넘어서면서 '100만뷰 아버지'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이동은은 차트 진입 당시를 떠올리며 "갑자기 난리가 났더라. 주위에서 자기 아들이나 조카, 회사 직장 동료가 내 영상을 보여준다고 하더라. 이게 무형의 결과물이라서 솔직히 처음에는 실감이 안 났다. 그래서 얼마나 큰 것인지 잘 몰랐는데 주위에서 이야기해주는 걸 듣고 그제서야 알았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차트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의미있고 재미있다. 목표를 위해 먼 길을 돌아온 거다"며 "항상 아내에게 '내일은 오늘보다 훨씬 낫다'고 말한다. 정말 매번 어제보다 오늘이 훨씬 나았다. 그런 희망이 있으니 좋다"고 말했다.

이동은은 바이럴 마케팅으로 '페북픽'을 가능케 한 데에는 딸의 공이 컸다고 했다. 그는 "딸은 서포터가 아닌 마케팅을 주관하는 감독이다. 감각이 있다. 딸이 지금 21세인데 10대 시절에 한창 페이스북에 심취해 있을 때가 있었다. 그때는 정말 조치를 취해야하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시기를 겪으면서 페이스북의 생태, 이용자들이 대화하는 방법이나 타이밍을 습득했더라"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홍보 글을 올렸던 것도 본인 입장에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어딘가에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더라"고 전했다.


그렇게 커버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해 발표한 '이것도 사랑이니' 역시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이동은은 확 바뀐 가요 생태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싱글을 내면서도 어떻게 홍보해야할지 고민이었는데 딸이 다 알려주더라"고 말문을 연 그는 "지난해부터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우리 또래부터 젊은 친구들까지 다양하게 교류하고 소통한다. 예전에는 음반을 발매하면 홍보 채널이 라디오, TV 등 여러가지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세대는 홍보할 데가 없더라. 젊은 가수들은 SNS를 잘 아니까 한다지만 내 또래들은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거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대형 기획사의 시스템 하에 나오는 가수들이 주류를 이루는 현 가요 생태계에서 바이럴 마케팅이 더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는 대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동은은 "악용되지 않고, 선순환한다는 가정 하에 바이럴 마케팅은 굉장히 바람직한 홍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합법적으로 홍보 비용을 들여 나를 노출하는 거다. 요즘 생태계에서는 아주 '나이스'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대형 기획사가 아닌 개인이라도 대중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본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럴 홍보라는 것 자체가 구조가 있다. 서로 주고 받으며 도와주는 관계가 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공생관계를 가졌으면 한다. 후배들이 컬래버레이션 제의를 주면 난 확실하게 해줄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천둥호랑이' 창법으로 화제가 됐던 권인하를 언급했다. 그는 "권인하 형은 20대 초반부터 알고 지내던 선배다. 형이 내 노래도 업로드해준다고 하더라. 그런데 아직도 안 했다"고 재치 있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단, 마케팅 단계에 앞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은은 "마케팅 콘텐츠에 맞는 상품을 탄생시키는 건 뮤지션의 몫이다. 사람들이 빨리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노래의 폼이나 편곡 등 작품적인 부분은 가수가 책임지고 해야할 일이다"고 말했다.


향후 이동은의 목표는 대중과의 접점을 더 넓히는 것이었다. 그는 "하고자 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뤄나갈 생각이다. 원하는 문을 한, 두개 열었다. 이제 남은 걸 다 열어볼 생각이다"라면서 "오프라인 쪽으로 조금 확장하려 한다. 요즘 반쪽 가수라고 해서 'SNS 가수', '페이스북 가수'라는 말이 있더라. 그 사람들이 실력이 안 좋은 게 아니라 홍보를 거기까지만 하고 그치는 거다. 또 새로운 곡을 빨리 생산해야 하니 하나의 곡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지 못 하는 것 같다. 난 '페북픽' 효과를 최대한 숙성해서 범위를 오프라인으로 넓혀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국민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더 많은 분들에게 다가갈 때가 된 것 같아요. 후배들의 노래를 부르면서 감성이 젊어지는 기분이에요. 그런데 또 옛 감성을 아예 버릴 순 없어요. 이 두 가지가 섞여 있으니 훨씬 큰 시너지가 난 게 아닐까 싶어요. 10대들이 제 노래를 들으면 꼭 부모님한테 들어보라고 한다더라고요.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웃음)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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