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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19세기 日무사가 그림으로 남긴 '조선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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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로 80리 정도를 가서 포구 안에 닻을 내렸는데, 다대포였다. 일본으로 건너가는 곳인 부산포로부터 50리 떨어져 있다고 하며, 부산의 서쪽에 있다. 포구 안에는 마을이 수백 보에 걸쳐 이어져 있었다. 바닷가에는 성곽을 쌓았는데, 성벽은 높지 않으나 외곽은 서너 겹이었고, 각 곽마다 문이 있고 가옥이 서로 이어져 있었다.”

19세기 초 충남 태안 마량진으로 표류해온 일본 무사 야스다 요시카타가 기록한 부산 다대포의 모습이다. 규슈 남단 사쓰마번의 중급 무사였던 야스다는 사쓰마 남쪽으로 552㎞ 떨어진 오키노에라부지 섬에서 3년 동안 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방향을 잃고 표류하다 마량진에서 구조됐다.

《조선표류일기》는 그가 표류 및 구조 과정과 이후 조선이 제공한 배를 타고 마량진 안파포를 떠나 서해와 남해를 거쳐 부산포에 도착해 돌아가기까지 겪고 보고 들은 일을 기록한 책이다. 부경대 이근우·김윤미 교수가 일본 고베도서관에 소장된 원본을 번역했다.

야스다는 무사이면서도 한문을 구사할 수 있어서 조선 관리들과 많은 필담을 나눴다. 이를 토대로 조선 측의 표류 사정 청취와 표류인에 대한 음식물 및 땔감 지급, 부산으로 송환되는 과정 등을 상세히 기록했다.

특히 인물을 비롯해 여러 가지 기물과 자신이 항해한 경로, 배가 머문 포구 등 다양한 그림이 실려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는 조선의 지세나 풍경만이 아니라 자신이 만난 인물들의 얼굴 모습과 복장, 관리들 복장의 차이점, 일상적인 풍습까지 빠짐없이 살폈고, 자세한 그림으로 남겼다. 인장, 연초갑, 가마, 일산(양산), 가죽신발, 붓과 붓통, 부채, 초가집, 쌀가마니, 물동이를 인 여인, 상차림, 죄인에게 태형을 가하는 모습 등 별별 그림이 다 있다.

표지를 제외한 전체 기록 289장 가운데 12.8%인 37장이 그림이다. 비인태수 윤영규가 관을 갖춰 쓴 모습, 수영우후 최화남이 관모와 복장을 갖춘 모습 등이 생생하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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