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려면 대학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대학 교육과정 개편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국회에 ‘고등교육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주장도 내놨다. 기본소득제 및 초·중등생 대상 ‘전일 보육제’ 도입을 공론화하자고 주장한 데 이어 추가로 꺼내든 정책 담론이다.
김종인 “대학 교육과정 전면 개편해야”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국내 대학 교육과정은 학사 4년, 석사 2년, 박사 4년으로 돼 있는데, 10년에 걸쳐 배운 학문이 이 시대에 과연 쓸모가 있겠느냐”며 “학문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에 대학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대학 학부·석·박사 ‘4-2-4 학제’를 새롭게 재편하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 애플의 시가총액(약 1조5000억달러)이 한국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대학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애플 같은 세계적 기업과 국내 기업 간 ‘초(超)격차’를 해소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끝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산업 구조 혁신에도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국내 대학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인공지능(AI), 머신 러닝 등을 가르칠 교수들을 확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산업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선 대학생들이 국내 대학 수업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미국 유명 교수들의 온라인 강의도 들어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국회 내에 대학 학제 개편 등을 논의할 고등교육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위원회에 교육 수요자, 공급자,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고등교육 모델을 설계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통합당이 ‘교육 불평등 해소’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거질 가장 큰 우려는 교육 불평등”이라고 했다. 교육 불평등이 고착화하면서 계층 간 사다리가 사라지고, 빈부격차도 대물림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은 이를 과감히 지적하고 선제적으로 개선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합당, 연일 ‘데이터청’ 띄우기통합당은 데이터산업 지원을 위한 데이터청(廳) 신설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4차산업 선도를 위한 데이터청 설립 긴급 좌담회’에 참석해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원료’인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국내 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데이터청을 세워 각 부처와 민간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종합 관리하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지금은 데이터가 곧 돈이고, 데이터가 원유보다 비싼 시대”라며 데이터청 설립을 주장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이날 “영국 등에선 이미 데이터청을 만들었다고 한다”며 “데이터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통합당 비대위는 이날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구체화하고 세부 계획 등을 수립할 경제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인 윤희숙 통합당 의원이 맡는다.
경제혁신위는 코로나 사태 이후의 사회·경제 환경을 예측하고 대비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의 재정 운용 방안과 신성장동력산업과 관련된 정책도 구체화할 예정이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경제혁신위는 ‘함께하는 경제’ ‘역동적인 경제’ ‘지속 가능한 경제’ 등 세 가지 목표를 놓고 혁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복지·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