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준일이 여성 스태프를 중고차에 비유하며 실언한 것에 대해 유튜브 제작진의 입을 빌려 사과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양준일은 최근 유튜브 채널 '재부팅 양준일'을 통해 먹방 라이브를 진행하던 중 스태프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솔로라고 하자 "가릴 처지가 아니라고 한다. 성격 급한 남자분들 어서 채팅달라. 새차를 중고차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다"라고 말해 논란을 야기했다.
여성을 중고차에 비유한 해당 발언을 두고 경솔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결국 제작진은 영상을 삭제했고, 약 일주일이 흐른 뒤 사과의 뜻을 전했다.
'재부팅 양준일' 제작진은 지난 10일 "'중고차와 새 차를 통해 비유한 발언'에 관한 악의적인 댓글이 달리고 있어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려 한다"면서 해명을 시작했다. 이들은 "기존 녹화와 다르게 라이브용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만 진행하다 보니 평소봅다 다른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 과정에서 많은 분이 보고 계신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대화가 라이브를 통해 송출됐다.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양준일 선배님은 특정 성별에 의미를 두지 않은 발언이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임을 인지했으며 곧바로 당사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양준일을 대리해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장 표명이 방송 후 일주일 뒤에 나온 것과 관련해서는 해당 여성 스태프를 이유로 들었다. '재부팅 양준일' 측은 "일반인인 제작진이 사건이 확대되어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 별도의 게시글을 올리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준일 선배님은 금일 제작진 사무실을 방문해 재차 사과의 말씀과 위로를 전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양준일을 포함한 제작진은 이번 일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사전 준비가 미흡했던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면서도 "일부 시청자가 일반인인 제작진을 타깃으로 한 악의적인 댓글을 작성했다. 불법 캡처와 악의적인 댓글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과문이 공개됐지만 논란은 더 가열되는 모양새다. 양준일이 당사자에게 사과를 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발언을 접하고 불쾌함을 느꼈을 시청자에 대한 사과는 없었기 때문이다. 양준일은 방송 내내 여성 스태프를 중고차에 비유한 발언에 사과하지 않았고,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도 제작진을 통해서만 사과문이 전해졌을 뿐, 본인은 이와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사과문 말미 악성 댓글에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한 것 역시 글의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악성 댓글에 강경 대응하는 것은 마땅한 처사이나 우선적으로 양준일의 실언을 사과하는 취지의 사과문에 이 같은 내용을 실은 게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논란 이후 사과문이 올라오기까지 양준일이 실제로 일주일 간 논란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했는지에 의심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제작진은 그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임을 인지하고 곧바로 당사자에게 사과를 했으며, 이후에도 제작진 사무실을 방문해 재차 사과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논란이 불거진 후 양준일은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일절 없이 SNS에 지하철 역사 내 화면에 나오는 자신의 광고를 인증하는 사진을 올리며 행복한 일상을 공유했다. 밝은 모습으로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해명으로 가득찬 제작진의 사과문은 오히려 논란을 키운 꼴이 됐다. 사과문보다는 해명글에 가까운 입장, 진정성에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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