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학대를 받다 구조된 9살 여자아이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목줄을 채웠고, 설거지나 집안일을 할 때 풀어줬다"는 취지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경남지방경찰청과 창녕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5일쯤 학대 피해를 호소하는 A양의 집에서 학대 도구들을 압수했다. A양의 계부 B(35)씨의 협조를 받아 임의제출 형태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압수품은 프라이팬과 사슬, 막대기 등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압수한 물품을 대상으로 A양에게 학대 당시 실제 사용된 것이 맞는지 등을 확인 중에 있다.
계부 B씨는 지난 9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집을 나간다고 해 프라이팬이 달궈져 있어 '나가려면 손가락을 지져라. 너 지문 있으니까'"라고 사실상 프라이팬 학대를 시인했다.
A양 동생 3명에 대해서는 신체적 학대정황은 없지만, A양의 학대 장면을 목격하며 정서적 학대를 받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계기관들이 솔루션 회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친모와 전 남편 사이에 태어나 동생들과 달리 학대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계부 B씨와 친모 C(27)씨는 지난 8일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20분께 잠옷 차림에 성인용 슬리퍼를 신고 창녕의 한 도로에서 눈에 멍이 든 채 도망치듯 뛰어가다가 주민에게 발견돼 구조됐다.
A양은 발견 당시 손가락에 심하게 화상을 입은 상태였으며, 머리는 찢어져 피를 흘린 흔적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계부는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해서 때렸다'며 일부 내용은 인정하지만, 일부 내용은 부인하고 있다"며 "친모는 조현병 환자인데 지난해부터 치료를 받지 않으면서 증세가 심해져 딸을 학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한편 학대 사실은 코로나19 때문에 초등학생인 A양이 학교에 가지 않아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