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대만 TSMC가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4나노(nm·1나노는 10억분의 1m) 초미세공정(노드)의 존재를 공개했다.
9일(현지시간) 마크 리우 TSMC 최고경영자(CEO)가 대만 신주에서 열린 주주총회와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정보를 종합하면, TSMC는 현재 최첨단이라 평가받는 5나노 핀펫 노드 'N5P'보다 향상된 4나노 노드 'N4' 가동 계획을 세우고 있다.
N4는 이제껏 베일에 싸여있던 공정이다. TSMC는 이미 N4의 비즈니스 고객과 협상을 진행 중으로 전해졌다. N4의 본격 양산 시기는 2023년으로 점쳐진다. N5P의 경우 양산 시점은 2022년이다. 이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TSMC는 4나노 공정과 함께 2나노와 3나노 공정 진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 상반기부터 5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에 나선 TSMC는 내년엔 3나노 공정에서 시험 생산 준비를 마치고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3나노 공정 기술을 먼저 개발한 건 삼성전자지만 TSMC가 공정 구현에 앞서가고 있다.
TSMC가 이같이 초미세공정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은 대규모 투자 덕분이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에만 약 20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현재까지 TSMC가 3나노 노드에 투입한 금액은 약 60조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ASML로부터 2~3나노 공정에 필요한 빛으로 실리콘 웨이퍼 위에 집적회로를 새길 수 있는 리소그래피 장비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2위 삼성전자는 TSMC 추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은 올 하반기 화성에서 5나노 반도체 양산에 나서고, 이후 평택 파운드리 라인에서도 주력 생산할 예정이다. 5나노 양산은 TSMC보다 늦었지만 3나노 공정 양산은 TSMC가 계획한 2022년께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 중 '유이'하게 5나노 공정 구현이 가능한 양사의 초미세공정 경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은 공정의 회로선폭이 좁을수록 작은 크기에도 고성능의 반도체 부품을 만들 수 있어서다. 제조업체들의 플래그십(전략) 개발 경쟁 과정에선 초미세 공정으로 만든 반도체 부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직까지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파운드리 산업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30% 성장한 가운데 TSMC는 작년 1분기 48.1%에서 4분기 연속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상승해 54.1%까지 올라왔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5.9%로 전년 대비 3.2%포인트 줄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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