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여성 운동가인 이희호 여사의 1주기 추도식이 10일 국립현충원 묘역에서 열렸다.
추도식에는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삼남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유족 자격으로 참석했다.
최근 유산 다툼 사실이 알려진 두 사람은 나란히 자리에 앉았지만 행사 내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날 추도식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권노갑 김대중기념사업회 이사장,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추도사를 했다.
이외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임채정·김원기 전 국회의장, 한명숙·장상 전 총리, 한광옥 박지원 전 의원 등 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뇌물 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최근 강압 수사 의혹으로 재조사 주장이 일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추도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오전 8시 쯤 미리 왔다가 돌아갔다고 한다.
최근 당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도 나란히 추도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참여인원이 제한되면서 김부겸 전 의원은 행사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행사를 모니터로 지켜봐야 했다. 주최 측은 "이낙연 의원은 미리 참여신청을 했고 김 전 의원은 참여신청을 하지 않았다"면서 "전 의원이라 행사장 입장을 막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세균 총리는 이날 추도사를 통해 "이희호 여사께서 제가 정치를 시작할 때 국민이 필요한 곳에 있어달라고 당부하셨다. 정치권에 몸담으면서 그 가르침을 잊은 적이 없다"면서 "이 여사의 헌신적인 내조가 있었기에 김대중 대통령의 성공이 가능했다. 강건하며 온유하셨던 여사님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정 총리는 "여사님 영전 앞에서 다짐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 여사님의 뜻을 잊지 않겠다"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다. 여사님께서 꿈꾸셨던 평화통일 위해 담대하게 나가겠다"고 했다.
권노갑 이사장은 "이 여사님은 평생 가난하고 어려운 청소년, 농민, 장애인을 위해 헌신하셨다"면서 "보수 인사들도 그런 이 여사님을 존경한다. 여사님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인재근 의원은 "정치를 시작한 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당신의 지혜를 빌리곤 했다"면서 "여사께선 여성 인권이란 단어가 생소하던 그 시기부터 여성 목소리를 대변하셨다. 덕분에 한국의 여성 인권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여사께서는 늘 소외계층의 친구셨다"면서 "여성인권, 소외계층, 한반도 평화 등 가야할 길 멀다. 당신께서 남긴 지혜와 용기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겠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