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던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9일 대권 도전을 포기하고 오는 8월 치러지는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전대)에서 당 대표에 도전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당권·대권 분리 원칙을 둘러싼 예비 당권 주자 간 기싸움이 과열되자 일찍이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우원식 의원과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임기 얘기가 나왔다”며 “당대표가 된다면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권 도전을 조만간 선언할 계획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의 당권·대권 분리 조항을 이유로 유력 대권 주자들의 당권 도전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높아진 것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과거에 저희가 당권과 대권을 같이 가져서 줄 세우기라든가 사당화, 대선 경선의 불공정 시비 등으로 많은 갈등을 겪었다”며 “조기에 대선이 과열되면 오히려 나쁜 영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상 2022년 3월 대선에 앞서 당권 도전에 나서는 유력 대권주자 이낙연 의원(전 국무총리)을 향한 불출마 촉구로 해석됐다. 이 의원 측은 홍 의원의 발언에 불쾌함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이 대권을 포기하고 당권에 도전하면서 ‘이낙연 대세론’도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8월 전대와 내후년 대권 경선에서 모두 이 의원의 승리가 점쳐졌지만 당권에 도전하는 김 전 의원과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역할을 분담해 연대할 경우 이 의원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대준비위원회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으로 전대 준비에 들어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이번 전대에서 뽑는 지도부는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관리해야 하는 역사적 의무를 진다”고 말했다. 당권과 대권 분리 조항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8월 전대에서 언택트(비대면)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김소현/조미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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