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정오부터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한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대남 업무에 대해선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는 '적대 관계'로 바꿨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우리 정부를 압박한지 닷새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정오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2018년 4월 20일 개설된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포함해 남한과의 모든 연락수단을 끊고 남북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통신은 전날 대남사업 부서들이 참여하는 사업총화회의가 열렸으며,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앞서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한 바 있다. 남한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하지 않을 시 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통신은 김 제1부부장과 김 부위원장이 회의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며 "우선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히 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과 더는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통신연락선 차단·폐기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 행동"이라고 밝혀 추가 조치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중앙통신 보도는 전 주민이 다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게재됐다. 북한의 강경 조치들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것을 시사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도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다른 문제도 아닌 그 문제에서만은 용서나 기회란 있을 수 없다.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최고존엄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목숨을 내대고 사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전날 오전 남한의 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전화를 받지 않다가 오후 업무 종료 전화를 받은 바 있다. 2018년 9월 연락사무소가 문을 연 뒤 북측이 응답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다음 수순으로 적대행위 중지를 명기한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대남 군사도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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