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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번지는 무차별 상승세…파산주도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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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가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주 6% 넘게 올랐던 다우지수는 8일(현지시간) 또 다시 1.7% 급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2% 올라 올 초 대비 플러스 수익률로 전환됐습니다. 또 나스닥지수는 110.66포인트(1.13%) 상승한 9,924.75를 기록, 종전 사상 최고치(2월19일 9,817.18)를 갈아치웠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곧 최초로 10000을 넘을 것 같습니다.



지난 5일 발표된 5월 고용보고서의 효과가 여전합니다. 일자리가 800만개 넘게 줄어들 것이란 당초 예상이 250만개 증가로 극적으로 뒤집힌 뒤 투자자들은 이제 경제의 'V'자 반등 시나리오에 올인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날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미 경제가 지난 2월 침체로 진입했다고 공식 선언하고,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5.2%로 낮췄지만 월가에선 별 뉴스가 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열광하면서 미 증시에서는 '이상한 일'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셰일업체인 체사피크에너지는 이날 181% 올라 주당 69.92달러로 마감됐습니다. 이 주식은 지난주 목요일 14.05달러에서 금요일 24.80달러로 뛰었고 이날 70달러에 육박한 겁니다. 거대한 유전이 발견됐을까요?

아닙니다. 블룸버그는 이날 증시가 마감된 뒤 "체사피크에너지가 곧 파산법 11조를 신청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시가총액 6억8400만달러를 기록한 이 회사의 채무는 90억달러가 넘습니다.



체사피크에너지의 파산설은 몇년 전부터 흘러나왔습니다. 이 회사의 2025년 만기 회사채 가격은 1달러 당 5센트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미 중앙은행(Fed)의 엄청난 유동성 투입으로 형성된 비정상적 가격이란 지적이 많은 상황입니다.



파산설 수준이 아니라 파산한 회사 주식이 급등하기도 합니다.
렌트카업체 허츠의 주가는 이날 115% 올라 5.5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22일 파산을 신청한 뒤 ‘페니주’(1달러 미만의 저가주) 신세가 된 허츠의 주식은 지난주 급등을 시작해 0.44달러에서 이날 5.53달러까지 열 배가 넘게 올랐습니다.

회사가 뭔가 나아지는 등 펀더멘털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닙니다. 경제 재개와 함께 항공주, 여행주가 급반등하자 허츠도 함께 뛴 것이죠. 아니 워낙 싸니까 더 많이 폭등한 겁니다.
역시 파산을 신청한 JP페니의 주식도 장외 거래에서(NYSE에서는 거래중지) 이날 96% 올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깔아준 안전판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닷컴 버블'을 떠올리게한다"고 말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최근 IT주의 급등, 그리고 낙폭과대주 반등의 배경으로 밀레니얼 세대 등 젊은 미국인들이 대거 증시에 새로 뛰어들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지난 3월 증시 폭락 이후 무료 주식거래앱인 로빈후드뿐 아니라 피델리티, TD아메리트레이드, 찰스슈왑 등 미 증권사에서 수백만개 거래계좌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또 1인당 1200달러, 실업급여 추가 주당 600달러 등 미 정부가 나눠준 '헬리콥터 머니'의 상당액이 미 증시로 흘러든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주가가 너무 비싸 거래하지 못하던 밀레니얼 세대가 주가가 급락하자 월가의 전문 투자자들을 제치고 앞장서 매수 대열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의 러시는 최근 무차별 매수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날 다우가 1.7%, S&P 500 지수가 1.2% 오른 건 보잉 등 그동안 하락폭이 컸던 다우 종목들의 상승세가 더 컸기 때문입니다. 또 S&P 500 주식 중 50일 이동평균선을 넘은 주식이 96%가 넘고 있습니다. 최근 주식이 무차별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S&P 500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따졌을 때 괜찮은 기업보다 약한 주식에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늘자로 이 지수가 -9.44%까지 떨어졌는데 이렇게 낮았던 적은 2009년 1월6일(-9.72%) 이후 처음입니다.

2009년 1월 초 재무가 약한 기업에 몰렸던 매수세는 1월 중반에 뒤집혀 다시 재정상황이 좋은 주식이 각광받았습니다. 약세장이 본격화됐기 때문이지요. 미 증시는 그해 3월까지 26%나 폭락한 뒤 저점을 찾았습니다.



이날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풋/콜옵션 비중도 0.37까지 떨어졌습니다. 시장 상승을 내다본 콜옵션 매수가 세 배 가까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최근 5년간 없었던 일입니다.

월가에선 이런 밀레니얼 투자자들의 예상치 못한 행태가 예측을 어렵게한다는 불평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4일 낙폭과대주인 항공주가 폭등한 가운데 아메리칸에어라인(AAL)이 하루 41% 급등하자 월가에선 "새로 투자를 시작한 밀레니얼들이 티커명을 애플(AAPL)과 헛갈려 마구 사들인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왔습니다.
하이프리퀀시 트레이더(HFT)들이 증권사들로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정보를 사들여 이를 보고 미리 거래해서 큰 돈을 벌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는 월가의 상실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반등장에서 항공주를 일찌감치 팔아치운 워런 버핏뿐 아니라 파산 신청 직후 주당 1달러 미만에 허츠 주식을 대거 처분해 17억달러의 손실을 안은 칼 아이칸, 지속적으로 추가 폭락을 경고해온 스탠리 드러켄밀러와 데이비드 테퍼, S&P 500 2800선에서 공매도를 공개 선언한 제프리 건들락 등이 이번 장에서 실패를 맛본 대표적 투자자들입니다.



이날 드러켄밀러는 CNBC 방송에서 "최근 몇주 동안의 랠리는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다"면서 "Fed가 얼마나 많은 레드라인을,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과소평가했다"고 반성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섣부른 투자에 대해 경고를 날렸습니다. "이런 유동성이 뒤집힐 때는 매우 주의해야한다"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번 상승세가 90년대 닷컴버블과 유사하다는 말이 나오지만 닷컴버블도 사실 1998년부터 2000년 중반까지 몇 년간 유지됐다. 그리고 그 새 많은 투자자들이 큰 돈을 벌었다"면서 "지금 버블이 생겨나는 조짐은 있지만 지금 당장 돈을 빼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위험을 감안해 본인의 책임 아래에 주의하며 투자하라는 뜻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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