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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판을 바꾸는 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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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판교 신도시의 전용면적 117.5㎡(36평) 아파트 한 채가 24억원에 매매되면서 신문지면에까지 올랐다. ‘코로나 쇼크’로 주택시장에 냉기가 여전했던 와중에도 서울 강남지역 못지않은 가격이어서 부동산 카페 등에서 한참 시끌벅적했다. ‘직주(職住)근접 시대’에 젊은 층이 선호하는 IT(정보기술)기업 대표주자들이 즐비한 곳이 판교다.

미국에서 비싸기로 ‘악명’ 높은 샌프란시스코 집값을 끌어올린 게 인근 실리콘밸리의 IT구루 기업들이다. 다수가 선호하는 기업과 일자리 수, 평균 소득, 학력 등을 반영하는 일종의 ‘종합성적표’로서 집값이 갖는 속성을 본다면 판교는 미국 IT산업의 총본산 실리콘밸리와 닮았다.

세계의 기업도시들과 ‘테크노파크(산업기술단지)’ 지역이 그렇듯, 판교를 한국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키운 것은 기업의 힘이다. 2004년께부터 본격화된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건설된 판교는 이른바 2기 신도시 중 단연 선두다. 수도권의 1기 신도시 가운데 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분당도 한참 전에 제쳤다. 1300개가 넘는 이곳 기업의 66%가 IT회사다. 게임·바이오 업체까지 합치면 90%를 웃돈다. 판교 기업 근로자 6만3050명(2018년)의 3분의 2 이상이 2030세대여서 국내 어떤 곳보다 젊은 도시다.

이곳에 본사나 계열사를 둔 네이버·카카오가 젊은 층이 가장 선호하는 일터가 된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IT기업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높은 급여에다 스톡옵션까지 활성화돼 있어, 전통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회사들은 인재를 지키려면 더 긴장해야 할 것 같다.

판교가 한국 IT산업 미래를 열어가며 기술과 고용시장의 판을 바꿔나가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미래 성장엔진을 하나 키우는 격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보면 박수만 치고 있을 기분이 아닐 것이다. 몰려드는 젊은 인구, 활발한 상권, 넉넉한 세수(稅收), 이 모든 게 지자체들의 꿈 아닌가. ‘선진 서비스행정’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수도 서울’도 안심하기 어렵다. 최근에 판교로 가는 기업들의 이주행렬을 보노라면, 가령 지하철 2호선 삼성역 1번 출구 주변에 몰려 있는 야놀자, 위메프, 티몬 같은 e커머스 업체들이 판교행을 택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을 것이다.

전국의 거점 도시들도 현지 기업·대학·지자체 3자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판교 모델’을 연구해보면 어떨까. 언제까지 ‘수도권발전 반사 불이익론’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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