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직자에게 지급하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이 지난달 1조원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2월부터 매달 기록을 경신해오다 급기야 실업급여 1조원 시대가 열렸다. 실직으로 고용보험 이탈 급증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신규채용이 얼어붙으면서 청년층(2030세대)의 고용보험 가입자수는 급감했다.
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5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162억원이었다. 2월 7819억원, 3월 8982억원, 4월 9933억원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다. 실업급여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67만8000명에 달해 최고치를 찍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분(2575억원)은 신규 신청자 증가 외에 지급기간 연장과 1인당 수급액이 늘어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보장성 강화로 인해 늘어난 액수는 약 1435억 정도"라고 말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82만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만5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5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53만5000명이 늘었었다. 이후 매달 30만~50만명대 증가를 유지하다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올해 3월 25만3000명으로 내려앉은 후 10만명대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고용보험 가입자 중 청년 비중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에만 29세 이하에서 6만3000명, 30대에서 6만2000명 등 2030세대에서만 12만5000명이 줄었다.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며 재직자의 고용을 최대한 붙잡고 있는 반면 기업들의 신규채용이 사실상 문을 닫은 결과다.
실직의 공포는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면접촉이 불가피한 숙박음식업에서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3000명이 감소하긴 했지만 서비스업 전체적으로는 19만4000명이 늘어 4월(+19만2000명)보다 소폭 호전됐다. 하지만 제조업 가입자 수는 올해 2월 -2만7000명, 3월 -3만1000명, 4월 -4만명, 5월 -5만4000명으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5만4000명 감소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9만9000명) 이후 최대치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9개월 연속 감소세다.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정부가 내놓은 정책 효과도 일부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부터 일부 재개된 직접일자리 등 공공행정 서비스업에서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4만3000명 증가해 서비스업 가입자 증가를 주도했다. 반면 긴급 재난지원금과 부분 개학 효과는 미미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도소매업 가입자는 8000명, 방과후 강사 등 교육서비스업 가입자는 3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월 2000명이 늘었던 숙박음식업에서는 가입자 수가 되레 3000명 감소했다.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1만1000명으로 전년동월보다 2만7000명(32%) 늘었다. 역대최고치였던 지난 1월(17만4000명) 이후 신규 실직자는 3월(15만6000명), 4월(12만9000명)으로 감소세다. 코로나19 고용 충격이 해고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부 정책 영향이 크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서 2만2200명, 도소매업 1만4400명, 건설업 1만3500명, 사업서비스업에서 1만1900명이 새로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 직접일자리 사업 재개 등 정책효과로 서비스업 분야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폭 둔화는 완화되는 모습"이라면서도 "수출부진 등으로 제조업 고용 충격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