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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주는 수비형 포수…'방어 능력' 확인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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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A감독은 포수 기용이 고민이다. 공격형 포수 김한방 선수는 타자로 나설 때 이름처럼 ‘한 방’이 있어 팀이 절실할 때 장타를 터뜨려준다. 특히 득점권 타율이 높아서 경기의 향방을 결정짓는 한 방을 뽐낼 때가 많다. 아쉬운 점은 포수로서 수비능력이다. 도루 저지율이 낮고 투수 리드와 땅볼 블로킹이 약하다. 수비형 포수 이든든 선수는 정반대다. 득점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서 허무하게 물러나기 일쑤다. 타율과 타점이 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수비능력은 탁월하다. 투수의 공을 빠뜨리는 일이 없고 도루 저지는 최고 수준이다. 무엇보다 투수 리드 능력이 빼어나 A감독에겐 더없이 든든한 안방마님(포수의 별칭)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로 낮추면서 저금리 시대 투자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주식의 매력이 부각된다. 여기에 요즘처럼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선 배당주 투자를 권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금리가 낮아 주식을 해야겠는데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라 불안하다면 배당이라는 안전판이 있는 배당주에 관심을 두라는 얘기다.

지금 투자자들은 A감독과 닮아 있다. A감독은 수비능력이 떨어져 불안하긴 해도 한 방이 있는 포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주식시장이 언제 고꾸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도 투자자들은 야구의 한 방 같은 수익률 좇기를 쉽게 멈출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형 포수 같은 배당주가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다. 배당주는 성숙한 대기업 주식인 경우가 많다. 성장세가 둔화돼 시세차익으로 자본이익을 노리기 어렵다. 그래서 배당주 투자는 공격보다 수비에 가깝다.

‘배당주 투자는 재미없다’는 게 일반적인 주식투자자의 반응이다.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도 “고리타분하고 오래된 배당주 대신 공격적인 성장주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0%대 기준금리 시대’에 매년 꼬박꼬박 4~5% 배당이 나온다면 얼마나 대단하냐는 의견도 만만찮다. “나의 유일한 기쁨은 배당을 받는 일”이라는 ‘석유왕’ 존 록펠러의 말도 거론한다.

성장주냐, 배당주냐에 대해 0과 1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디지털식 접근은 곤란하다. 자신의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양쪽에 어느 정도 비중을 배분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저금리 상황을 감안한다면 예전에 비해 배당주 비중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시장 상황과 별개로 투자자의 연령에 따라 배당주 비중을 조정하는 것도 좋다. 여기서 인생을 프로야구 한 시즌으로 생각해보자. A감독은 시즌 개막 후부터 중반까지는 승수 쌓기를 위해 공격형 포수를 더 많이 기용하다가 시즌 막판 승률 지키기에 수비형 포수 활용 빈도를 늘리기로 했다. 젊은 투자자일수록 성장주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배당주 투자를 늘려가는 방법을 활용하자.

배당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당을 거르지 않을 종목 찾기다. 경기침체나 사업 부진으로 배당을 하지 않는다면 배당주 투자의 의미가 사라진다. 수비형 포수가 수비마저 못하는 셈이다. 오랫동안 배당 약속을 지켜왔다면 일단 신뢰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배당정책을 명확히 밝힌 기업을 눈여겨봐야 한다. KT는 최근 순이익의 50%를 배당하겠다는 중기 배당정책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시장에선 2014년 대규모 적자 후 발생한 배당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배당주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우량 석유개발 기업인 코노코필립스는 지난해 말 향후 10년간 500억달러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474억달러다. 배당주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내국인과 외국인 수비형 포수를 모두 보유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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