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대 국회 출범과 함께 정부 부처 신설 법안을 줄줄이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등 국가 문제를 정부의 덩치를 키워 대응하려는 입법 움직임이다. 관련 법안들이 현실화하면 정부 규모는 역대 최대로 커질 전망이다.
법안 통과 땐 부 2개, 청 3개 신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정부 부처 신설 관련 법안(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총 7건이다. 각 법안이 모두 법제화된다면 부 2개, 청 3개가 신설된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농림축산식품부의 가축전염병 대응 업무와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대응 업무를 따로 떼내 담당하는 방역부 신설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앞서 1일에는 노인 정책에 대한 기획·종합 업무를 담당하는 노인행복부를 신설하는 법안도 내놨다. 같은 당 강선우 의원은 5일 질병관리본부를 질병예방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행정안전부가 3일 입법예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는 달리 청으로 승격하는 질병관리본부에 질병예방 업무를 추가한 법안이다. 정춘숙·신현영 의원도 각각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법안을 내놨다.
야당 의원들도 뒤지지 않고 있다.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3일 복지부 소속으로 노인복지정책의 기획·종합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노인복지청 신설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홍문표 의원은 1일 고용노동부 산하에 청년청을 두는 법안을 제출했다. 청년청은 청년의 고용·취업 촉진 및 지원에 관한 사무를 전담하게 된다.
추가 정부조직법 발의도 준비 중
다른 의원들도 정부 부처 신설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기본소득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을 이달 발의할 계획이다. 같은 당 김영호 의원은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노인부를 신설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정부도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외에 추가적으로 부처 신설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의제별 위원회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지난 4월 노·사·정 합의에서 산업 안전·보건 행정 전문성 제고를 위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질병관리청을 만들면 정부 조직은 현행 18부·5처·17청에서 18부·5처·18청으로 바뀌면서 41개 부처가 된다. 이는 역대 가장 큰 정부였던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18부·4처·18청(40개 부처)을 넘어서는 것이다. 여기에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까지 여야 합의로 통과될 경우 말 그대로 ‘초대형 정부’가 탄생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정부 부처 신설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 조직이 커지면 인건비, 임차료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기관 이기주의, 칸막이 행정 등에 따른 비효율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등으로 공무원이 급격히 증원됐는데 여기에 부처까지 늘리면 조직이 비대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정부가 커지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늘어나고 민간 영역을 침범해 경제 활성화에 해를 끼치는 등 부작용만 늘어날 소지가 크다”며 “코로나19 사태를 정부 ‘몸집 불리기’의 기회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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