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양 보충에 관심이 많은 스포츠인 사이에서 난데없이 금지 약물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미노산 보충제 엑스텐드 BCAA 파인애플맛을 위해식품 차단 목록에 올렸기 때문입니다.
분지사슬아미노산으로 알려진 BCAA는 운동 후 근육 손상 회복과 근육통 감소, 근육 생성에 도움을 주는 물질입니다. 이 제품에서 금지 약물인 스타노졸롤이 검출돼 차단 목록에 등재됐습니다. 이 목록에 오르면 해외 직접구매가 불가능해집니다.
저도 자전거를 타고 나서 회복 목적으로 이 제품을 구입해 먹어본 적이 있어서 이 소식이 더 놀라웠습니다. 제조사인 미국 사이베이션은 즉각 반박 성명을 냈습니다. 이 회사는 “엑스텐드 브랜드 제품에는 스타노졸롤과 기타 불법적인 단백질동화 스테로이드 물질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각종 테스트와 감사를 통해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항간에는 도핑 검사에서 적발된 선수가 이 제품을 먹었다고 주장해 식약처가 검사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 제품을 복용하던 소비자로부터 민원을 받아 검사했다”며 “해외에서 완제품을 추가로 확보해 검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타노졸롤은 스포츠계에선 잘 알려진 금지 약물입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스타노졸롤은 의료용으로는 염증성 관절염 치료,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으로 인해 심각한 체중 감소를 겪는 경우 등에 제한적으로 처방됩니다. 근육을 빠른 시간 안에 생성할 수 있어 일부 운동 선수에게 악용되는 약물이기도 합니다.
프로 선수들이 불법적으로 스타노졸롤을 사용했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해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 팀 베컴 선수에게 스타노졸롤 양성 반응을 이유로 8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습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스타노졸롤이 검출된 최진행 선수 등이 출전 정지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대기록을 세웠던 스타 선수들 중에서도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져 명예가 실추된 사례가 많습니다.
불법 약물은 성인 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 유소년 선수에게도 마수를 뻗치고 있습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이자 유소년 지도자인 이여상 씨는 지난해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 선수들에게 스테로이드를 불법 투여한 혐의로 징역 10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씨는 대학 진학 또는 프로야구 입단을 준비하는 선수 등 9명에게 14차례에 걸쳐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을 주사하거나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불법 약물을 투여받은 학생은 도핑검사에 적발돼 자격 정지 4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아 큰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단시간에 멋진 몸을 만들고 싶은 일반인도 음성적인 경로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는 아나볼릭 제제는 과거부터 많은 선수가 유혹을 받았지만 엄청난 부작용이 따른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간질환, 심장질환, 고혈압, 여드름, 심지어 돌연사 위험까지 높기 때문이죠. 남성은 고환 위축, 정자 감소, 무정자증, 발기부전 등 성기능 장애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여성은 다모증, 월경주기 교란 등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프로 선수라면 불법 약물 투여가 부당한 방법으로 경쟁에 앞서려는 행위임을 인지하고 일반인 또한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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