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탈북민의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남북관계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이 (대북전단 살포 관련)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6·15(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가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선의와 적의는 융합될 수 없으며 화합과 대결은 양립될 수 없다"며 "기대가 절망으로, 희망이 물거품으로 바뀌는 세상을 한두 번만 보지 않았을 테니 최악의 사태를 마주 하고 싶지 않다면 제 할 일을 똑바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단 살포 중지'는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에 담긴 남북 정상 간 합의 사항이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 2조 1항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의 소지도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딜레마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에서 "(전달 살포가) '개인의 자유'요, '표현의 자유'요 하는 미명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 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이 담론에서 거론한 남북연락사무소와 남북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의 최대 결과물로 자부하고 있는 성과 중 하나다. 따라서 앞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찰집무집행법 등 다른 사회안전 관련법들을 통해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3월에도 청와대가 북한 방사포 발사에 우려를 표명하자 성명을 통해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고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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