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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이퍼' 한진선…홀인원에 생애 첫 63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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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에 버디 9개가 쏟아졌다. ‘스나이퍼’라는 별명다운 하루였다. 한진선(23·비씨카드)이 버디쇼에 홀인원 쇼까지 선보이며 단숨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한진선은 4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파72·6373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1라운드에서 이글(홀인원) 1개에 버디 9개, 보기 2개를 묶어 9언더파 63타를 쳤다. 버디만 9개 쓸어담은 지은희(34)와 공동선두다. 9언더파는 한진선의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다. 이전까지는 7언더파까지 쳐봤다.

거의 매 홀 버디 찬스, 개인 ‘라베’ 경신

한진선은 중학교 2학년 때 골프클럽을 처음 잡았다. 이전까지는 사격선수였다. ‘스나이퍼’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연이다. 샷 정확도가 별명처럼 높다. 지난해 74.21%(15위)의 그린적중률을 기록했다. 골프 경력에 비해 홀인원도 많이 낚아챘다. 비공식 대회와 연습라운드 등에선 이미 5개의 홀인원을 기록했다. 이날도 거의 매 홀 버디 찬스를 잡았다. 홀 3m 이내에 붙여 버디 시도를 한 것이 11차례나 됐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8번홀(파3). 10번홀(파4)에서 출발한 그는 147m 길이의 파3홀에서 7번 아이언을 잡았다. 공은 홀 앞 약 3m 거리에 떨어져 구르더니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깨를 들썩인 그는 “걸린 상품은 없었지만, 2타를 줄인 만큼 (우승할) 좋은 기회를 얻은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어 “공식 대회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영광스럽다”고 했다. 한진선이 첫 라운드를 선두로 마무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 시상식에서 6관왕을 차지한 최혜진(21)과 투어 데뷔 동기이기도 한 그는 아직 우승이 없다. 신인이던 2018시즌 우승 없이 준우승만 두 번 했다. 그는 “첫날을 이렇게 잘 쳐놓았으니 오늘 밤은 두 발 뻗고 잘 수 있겠다”며 “워낙 샷 감각이 좋고 퍼트도 잘되고 있어 기대된다. 기회가 온 만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외파 맏언니’ 지은희, 버디만 9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한국인 선수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맏언니’ 지은희도 맹타를 휘둘렀다. 그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잡아 한진선과 같은 자리에 올랐다. 전반에만 버디 6개를 낚아챘고, 14번홀(파3)에선 약 15m 거리에서 ‘칩샷 버디’까지 선보였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선 단독 선두로 올라설 이글기회를 잡았지만 퍼팅이 살짝 빗나가면서 버디에 그쳤다.

그는 만 32세8개월이던 지난해 1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하며 ‘골프여제’ 박세리를 제치고 이 부문에서 새 기록을 썼다. 지은희는 KLPGA 2승, LPGA 5승을 기록 중이다. 지은희는 경기를 마친 뒤 “코로나19로 대회가 열리지 못하면서 연습할 시간이 많아졌고, 덕분에 스윙도 더 가다듬을 수 있었다”며 “예전에는 드로 구질로만 쳤는데, 이제는 드로와 페이드 구질을 모두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루키 이슬기(19)가 통산 5승 챔프 오지현(24), 현세린(19), 아마추어 이예원(17)과 함께 나란히 7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오지현의 샷감이 서서히 올라오는 모습이다. ‘핫식스’ 이정은(24)도 4언더파를 쳐 남은 라운드를 기대하게 했다. 보기 2개를 범했지만 버디를 6개나 잡는 집중력을 뽐냈다.

올해 처음 공식 대회에 얼굴을 드러낸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은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기록하며 2언더파 공동 52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서귀포=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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