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체가 할인판촉 행사를 할 때 행사 비용과 할인 가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규제가 오는 26일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급감한 입점(납품)업체들의 재고 소진을 돕자는 취지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4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유통업계 및 납품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의 ‘할인행사 촉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통업자가 납품업체에 판촉비 부담을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 의무 부담률을 정했지만 이 때문에 할인행사 규모가 위축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납품업계 쪽에서 먼저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자는 26일부터 연말까지 △행사 참여 업체 공개모집 △납품업자의 자발적 참여의사 △할인 품목과 할인 폭 납품업자가 결정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판촉비 분담 의무 없이 할인행사를 열 수 있다. 이전에도 납품업체가 ‘자발적이고 차별적인’ 판촉행사를 기획했다면 대규모 유통업체에 판촉 비용 분담 의무를 면제하는 예외 규정이 있었지만, 기준이 모호해 적용받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대신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대규모 유통업계와 쓱닷컴(SSG닷컴),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할인행사에 적용되는 판매수수료 인하 △세일 기간 최저보장수수료 면제 △납품대금 조기 지급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공정위와 업계가 이날 함께 발표한 ‘유통·납품업계 간 상생협약’을 통해서다. 정부가 주도하는 코로나19 관련 상생협약에 온라인 유통업체가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화점은 납품업체가 할인율을 10% 높일 때마다 판매수수료를 1%포인트 깎아주기로 했다. 할인행사에 참여하는 대형마트 입점업체는 최대 5%포인트까지 판매수수료를 인하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쿠팡은 신규 입점업체의 판매수수료를 최대 60% 깎아주고, SSG닷컴은 세일행사에 쓸 수 있는 쿠폰을 28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등 할인행사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향후 판촉비 부담 기준 자체를 개선할지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납품업계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다른 법 위반 행위가 없는지 적극적으로 감시하겠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