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권 분양가를 집중 통제하면서 강남과 강북 분양가가 거의 같아지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제시 분양가와 동대문구 용두6구역 재개발(단지명 래미안 엘리니티)의 분양가 차이는 3.3㎡당 200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HUG가 강남 분양가를 지나치게 억제하면서 가격 왜곡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3㎡당 분양가 격차 200만원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용두6구역 분양가가 최근 3.3㎡당 평균 2745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1층, 16개 동으로 구성된다. 총 1048가구 가운데 475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HUG가 제시한 둔촌주공 분양가는 3.3㎡당 2950만~2970만원으로 책정됐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로 불리는 강동구에서도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둔촌주공과 강북 용두6구역 분양가 차이가 3.3㎡당 200만원 정도라는 얘기다.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용두6구역 분양가는 9억3300만원으로 책정돼 같은 주택형의 둔촌주공(10억980만원)과 7700만원가량 차이에 그친다.
하지만 두 단지의 실제 가격 차이는 이보다 훨씬 크다. 국토교통부의 2020년 개별공시지가를 살펴보면 ㎡당 둔촌주공(172의 1)은 881만1000원, 용두6구역(753의 9)은 377만원이었다. 둔촌주공이 두 배 이상 비쌌다.
인근 신축 단지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동대문구 ‘용두 보문파크뷰자이’(2017년 준공) 전용 84㎡는 시세가 10억5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둔촌주공과 비교 단지로 거론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2018년 준공) 전용 84㎡는 지난 2월 1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가격 차이가 7억원이나 된다.
강남권 분양이 상대적으로 싸게 나오는 경우는 둔촌주공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분양을 마친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는 3.3㎡당 2813만원에 분양됐는데 해당 자치구에 최근 2년간 입주한 아파트의 3.3㎡당 시세는 4141만원으로 13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반면 동대문구 인근 2년 내 입주 아파트의 3.3㎡당 시세는 2808만원으로 용두6구역 분양가와 60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강남권 분양이 ‘로또’로 불리며 과열되는 것은 그만큼 분양가가 싸게 나오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과도한 분양가 개입이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둔촌주공 분양가 갈등 지속
둔촌주공 조합과 HUG의 분양가 협상은 계속 답보 상태다. HUG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은 분양가를 책정하기 전에 통상 ‘비교 사업장’을 선정한다. 하지만 둔촌주공은 최근 1년간 주변에 분양한 단지가 없어 가격 기준이 모호하다. 둔촌주공 조합은 3550만원, HUG는 2970만원을 고수하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이유다.
양측은 분양가 통보 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HUG는 지난 4월 말 ‘고분양가 심사 기준’에 따른 분양가 산정공식을 조합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반면 조합은 HUG와 분양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HUG가 아직 분양가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협상이 모두 끝나면 조합원에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HUG는 분양가를 통보하는 기관이지 협의하는 기관이 아니다”며 “조합이 분양가를 받아들이든지 후분양을 선택하든지 결정해야 할 때”라고 했다. 둔촌주공에는 최근 비상대책위원회가 설립되면서 분양가 산정을 문제 삼아 조합장 해임 동의서를 받는 등 분란이 커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가 분양 보증 독점을 이용해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며 “분양 보증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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