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카타르와 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건조 계약을 맺었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는 쾌거라고 할 만하다. 최근 수년간 ‘수주 절벽’에 시달리던 국내 조선사들은 이번 계약으로 2027년까지 먹거리를 확보함으로써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위기 속 기업들의 분투는 수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7% 줄어 3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희망의 빛줄기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동차(-54.1%), 차부품(-66.7%), 섬유(-43.5%), 석유화학(-34.3%)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줄줄이 감소세를 보인 와중에도 선전한 품목이 있다. 반도체(7.1%), 컴퓨터(82.7%), 바이오·헬스(59.4%), 선박(35.9%) 등이 그렇다. 특히 대표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18개월 만에 월간 및 하루 평균 수출에서 모두 증가세로 전환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무역수지가 1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선 점도 반가운 소식이다.
위기 때에도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이 있다는 점 또한 고무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초(超)격차 유지를 위해 ‘위기 때 더 투자한다’는 원칙을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투자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10여 일 만에 8조원 규모의 최첨단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건설계획을 내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며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혁신기술을 준비해 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집권여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억지로 수출하기보다 내수를 진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지만,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수출 활력이 되살아나야 한다. 코로나19로 세계경제 하강 속에 사방이 꽉 막힌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수출로 돌파구를 열고 있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투자활성화와 수출력 보강을 강조했지만, 세제 금융 규제 등의 측면에서 내놓은 유인책은 기업이 기대하는 수준에 한참 못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촉구하면서 위기 속 기업들의 분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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