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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의 소중함 절실…희망의 샷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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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습니다. 직장을 잃은 분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아서….”

시원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박상현(37)이 프로골퍼들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1일 경기 용인 플라자CC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이벤트 대회 스킨스게임 경기 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올해 KPGA 이름을 달고 열리는 첫 대회다. 그는 “20년 이상 피땀 흘려 일해온 직장이 사라진 기분이었다”며 “매 대회가 소중하다.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봐서라도 대충 할 수 없다”고 했다.

KPGA코리안투어는 올해 상반기 대회를 열지 못했다. 개막전은 일러야 오는 7월에나 열릴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자 후원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옆집’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매주 대회가 열린다. 남녀골프 내셔널타이틀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KGA)는 코로나19를 이유로 환갑이 넘은 한국오픈을 취소했고, 34회째인 한국여자오픈은 “대회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이런 와중에 제네시스와 하나금융그룹이 후원사로 나서 성사된 KPGA 스킨스게임 2020은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다. 유러피언투어에서 3월까지 뛰던 문경준(38)을 제외하고 박상현과 이수민(27), 함정우(26)는 반년 가까이 대회 없이 지냈다.

문경준은 “한국에서 남자 선수들은 회사와 계약하거나 스폰서를 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4~5개 대회가 이미 열렸을 시기에 대회가 없으니 수입도 없다.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후배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 모든 사람이 다 힘들다”며 “연습하면서 대회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달라진 일상의 모습도 전했다. 여덟 살과 세 살 아이의 아버지인 박상현은 “이렇게 집에 오래 있던 적이 없었다. (집에서 육아를 돕다 보니) 골프가 이렇게 쉬운 건 줄 몰랐다. 아침에 일어나도 잔디 밟을 생각보다 방바닥 머리카락 치울 생각밖에 안 든다”며 웃었다. 세 아이의 아버지 문경준은 “처음에 며칠 이러다 말겠지 하며 집안일을 했는데, 금방 과부하가 오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박상현은 함정우와 한 조, 문경준은 이수민과 조를 이뤄 홀마다 이긴 팀이 상금을 가져가는 스킨스게임을 펼쳤다. 문경민-이수민 조가 총상금 1억원 중 5600만원을 가져가 승리했다. 17번홀(파5)까지 800만원 뒤지고 있었으나 2000만원이 걸려 있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문경준이 6m 버디 퍼트를 넣어 경기를 뒤집었다. 함정우-박상현 조는 4400만원을 챙겼다. 문경준-이수민 조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박상현-함정우 조는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지부’에 획득한 상금을 기부했다.

용인=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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