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올해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의 시공권을 따냈다. 지난 4월 5년 만에 재건축·재개발 시공 시장에 복귀해 따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에 이은 두 번째 수주다. 삼성물산은 서울 강남에서도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반포에서 연이은 수주에 성공해 녹슬지 않은 위상을 과시했다.
공기 단축 내세워 시공권 획득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은 지난 30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2차 시공사 합동 설명회 및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하고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날 조합원 1625명 중 사전투표와 직접 참석을 포함해 131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삼성물산은 이 중 절반이 조금 넘는 686표(52%)를 얻어 대우건설을 제치고 시공권을 따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OS요원(외주 홍보직원)을 활용하지 않고 깨끗한 수주전을 펼친 것이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석패한 대우건설은 강남에서 만만치 않은 지지도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은 서초구 1109일대 1490가구를 지하 3층, 지상 35층, 17개 동, 아파트 2091가구와 상가 등 부대복리시설로 짓는 사업이다. 총공사비는 8087억원 규모다. 조합은 2018년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공사비와 관련된 문제로 마찰을 빚은 끝에 시공사 자격을 박탈했다. 이후 시공사 재선정 절차를 밟아왔다.
지난 4월 초 다시 시작된 반포3주구 시공사 선정 수주전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뛰어들었다. 두 건설사는 약 두 달 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지난 19일 열린 1차 합동설명회에 이어 30일 총회에도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과 김형 대우건설 사장까지 참석했다.
삼성물산은 건설업계 최상위 신용등급(AA+)과 안정적인 자금조달 역량을 강점으로 부각시키며 100% 준공 후 분양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총회에서 결의하는 사업비 전체를 시공업체가 책임·조달하는 파격적인 제안을 제시했다. 또한 삼성물산은 빠른 착공과 공사기간 단축을 통해 사업기간을 경쟁사 대비 1년 이상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로써 반포 일대는 랜드마크로 꼽히는 ‘래미안퍼스티지’ ‘래미안원베일리’에 이어 신반포15차(래미안원펜타스), 반포3주구까지 래미안 브랜드를 달게 됐다.
향후 1년간 반포에서 6500가구 이주신반포21차(포스코건설)에 이어 반포3주구까지 시공사가 선정되면서 반포 일대 수주전이 마무리됐다. 다만 재건축을 위해 이주하고 있거나 앞으로 예정인 단지가 늘어나면서 반포의 전세 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는 지난 25일부터 10월 말까지 5개월간 재건축을 위한 이주를 시작했다. 신반포4지구 재건축 사업은 한신8·9·10·11·17차 아파트,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빌라 등 노후한 7개 아파트와 상가 두 곳을 묶어 신축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이주 가구만 총 2898가구에 이른다.
또 관리처분계획 무효 판결로 당초 지난해 9월에서 한 차례 이주시기가 미뤄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00가구) 조합은 내년 상반기에 이주하는 일정을 잡았다. 반포3주구 또한 삼성물산이 내년 상반기 이주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반포에서 향후 1년간 임시거주를 위한 약 6500가구의 이동이 진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인근 방배13구역 1550가구와 방배14구역 316가구 등 방배동 일대 약 2000가구도 올해 이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신규 공급 물량은 5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반포센트럴자이 781가구가 전부다. 서울 내 새 아파트는 1주택자가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적용받거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기 위해 2년 이상 실거주하는 게 의무화되면서 전세 매물이 많지 않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