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흑석동 흑석뉴타운 흑석9구역조합이 롯데건설과의 시공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최근 조합장을 해임한 데 이어 시공사까지 교체에 나서면서 8부 능선을 넘은 일대 재개발사업의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흑석9구역 조합은 이날 열린 정기총회에서 시공사인 롯데건설과의 시공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계약을 바로 해지하는 안건과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여부를 지켜보고 해지하는 안건 두 가지 가운데 즉시 해지에 압도적으로 표가 쏠렸다. 조합원 689명 가운데 370명이 투표에 참여해 84.%(314명)가 계약 해지를 택했다.
흑석9구역은 중앙대 인근 흑석동 90일대 약 9만4000㎡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이주와 철거를 앞두고 있다. 사업 막판 시공사가 교체를 결정한 건 건설사가 내세웠던 대안설계가 건축계획에 반영되지 않아서다. 당초 조합은 최고 25층, 21개 동, 153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내용으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이후 롯데건설이 최고 층수를 28층으로 높이고 동(棟)수는 11개 동으로 줄이는 안을 제시하면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건물 숫자가 확 줄어드는 만큼 조합 원안보다 쾌적한 단지로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안건은 지난해 연말 서울시와 동작구의 합동보고에서 부결됐다. 서울시 도시계획의 밑그림인 ‘2030 서울플랜’에서 흑석9구역 등 2종일반주거지의 최고 층수를 25층으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결국 시공사는 이에 맞춰 층수를 25층으로 낮추는 대신 대안설계보다 동수를 5개 동 늘린 16개 동짜리 안을 꺼냈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합의 원안과는 차이가 커서 다시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결국 조합은 사업 지연 등의 이유로 계약 해지를 택했다. 앞서 지난 15일엔 조합장 등 집행부 8명을 해임한 상황이어서 정상화까진 상당 기간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조합은 다음달 안에 새 집행부 선임을 마친 뒤 곧바로 새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7월께로 계획하고 있는 시공사 설명회엔 대형 건설사 여러 곳이 참여 의향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기존 시공사엔 타절 통보를 바로 하지 않고 당분간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흑석9구역 조합은 재정비촉진계획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절충안으로 롯데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르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롯데건설은 도급공사비가 높은 강남 사업장에 적용해온 르엘 브랜드를 흑석9구역에도 적용하려면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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