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정부와 국회를 향해 한목소리를 낸다. 법인세를 내리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달라는 호소다. 획기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경제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26개 경제 및 업종별 단체는 29일 산업발전포럼을 열고 ‘14대 우선 해결과제’를 건의하기로 했다. 이들은 소속 회원사 142곳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건의안을 만들었다. 26개 단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산업 지형이 바뀔 수 있는 만큼 정부가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우선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최고세율을 25%에서 20%로 낮추고, 과표구간을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법인세율은 해마다 낮아지는데, 한국은 2018년 최고세율이 25%로 높아지면서 국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체들은 이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후속 입법을 서둘러 달라고 요구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 달라는 건의도 이어졌다.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달라는 호소도 나왔다. 국회의원을 통한 무분별한 청부입법을 막는 장치를 만들고, 화학물질 관리 및 미래산업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달라고 주문했다.
142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도 공개한다. 응답 기업 중 40.5%(57개사)는 해외에 있는 공장을 국내로 옮기는 리쇼어링 정책이 성공하려면 인건비 부담을 낮추고 정부의 금융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34.8%(49개사)는 노동 등 분야에서 불합리한 규제가 철폐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당면한 법제도 개선 과제로는 70.5%(100개사)가 유연근로제 도입 등 노동관련 제도 개선을 꼽았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를 버틸 수 있도록 과감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표 발제자인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전자 자동차 기계 등 5개 산업에서만 105조원의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사됐다”며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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