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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더 높일 수 있다"…강남 재건축 잇따라 후분양 [집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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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을 선택하는 서울 재개발·재건축조합이 늘고 있다. 후분양으로 분양시점을 미루면 분양가를 올릴 수 있단 계산이 나와서다. 심지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조합들도 오히려 분양 시기를 제도 시행 이후로 늦추고 있다. 당장 유예기간 안에 분양하더라도 어차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받아서다.

◆강남 재건축 번지는 후분양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잠원동 신반포21차조합은 전날 열린 총회에서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후분양 등의 조건에 표심이 쏠렸다. 포스코건설은 공정률이 70%를 넘겼을 때 일반에 분양하고, 이 기간에 필요한 공사비용을 우선 자체 조달해 조합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제안했다.

후분양을 하더라도 분양가 상한제는 적용된다. 그러나 착공과 동시에 선분양을 하는 것보다 일반분양가를 높일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조합들의 계산이다. 상한제에서 분양가를 결정하는 방식 때문이다. 상한제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해 택지비를 따진다. 그런데 공시지가는 매년 오르고 있는 데다 정부가 현실화까지 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분양을 한다면 2~3년 뒤 오른 땅값을 분양가에 녹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천동 진주아파트조합의 경우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분양가 변화를 시뮬레이션 한 뒤 후분양 방식을 확정지었다. 2021년 선분양을 한다면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3495만원으로 예상되지만 2023년 후분양 하는 것으로 선택하면 3.3㎡당 3815만원을 책정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경우 조합의 분양수입은 8043억원에서 8744억원으로 700억원가량 늘어난다. 반성용 진주아파트 조합장은 “선분양와 통임대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했다”며 “현재로선 후분양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남에선 후분양을 선택하는 재건축 단지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근 미성·크로바조합도 이 같은 이유로 ‘후분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수주전에선 삼성물산이 조합에 준공후 분양을 제안했다.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을 세울 때 예측한 3.3㎡당 4600만원의 일반분양가를 3.3㎡당 5100만원 수준까지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경우 분양수입은 종전 1조원에서 1조1200억원가량으로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존 추정분담금에 분양 조건만 변경해 반영할 경우 조합원 1인당 환급금은 1억원 안팎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원가도 안 쳐주는 HUG 규제보단…”

상한제 유예기간 안에 분양이 가능한 데도 오히려 시점을 미루는 조합들도 있다. 정비사업조합들은 7월 28일 이전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면 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아현동 아현2구역 조합은 올해 초 일찌감치 후분양을 확정하고 착공에 들어갔다. 강북에서 후분양을 결정한 곳은 아현2구역이 처음이다. 당장 분양하더라도 어차피 HUG의 분양가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후분양을 할 경우 일반분양가를 1억~2억원가량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조합 입장에선 HUG의 고분양가 관리와 분양가 상한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HUG 규제의 경우 인근에서 최근 분양한 단지의 가격을 기준으로 상한을 정한다. 하지만 앞선 단지도 분양가 규제를 받았기 때문에 후속 분양단지의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는다. 강남 일부 조합들의 경우 관리처분계획에서 확정한 조합원분양가 수준이 HUG가 책정한 일반분양가보다 높다. 원가가 공급가격보다 비싸다 보니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장위동 장위4구역조합도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이 지난 이후 분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HUG 규제보단 그나마 원가 개념이 뚜렷해서다. 조합 관계자는 “주변 신축 가격이 3.3㎡당 3000만원을 넘는데 HUG 기준으론 3.3㎡당 1850만원대의 분양가를 넘길 수 없다”며 “종전자산평가를 진행했던 감정평가사들 사이에선 ‘차라리 상한제를 맞으면 땅값 때문에라도 3.3㎡당 2000만원은 넘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조합은 일반분양가격이 3.3㎡당 최저 2105만원을 넘겨야 수지타산이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 지연과 조합장 해임 등의 내홍을 감안하면 사업을 서두르더라도 상한제 시행 이후 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들의 관측이다. 다만 분양 방식은 후분양이 아닌 선분양이 될 전망이다. 후분양을 할 경우 공사비 조달 등 금융비용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상한제 시행 직전 서울 서북권 등에서 분양하는 단지들은 시세보다 수억원가량 저렴한 로또 아파트가 될 것”이라며 “고생하며 사업을 끌고 온 조합원이 아니라 무주택으로 오래 버틴 일반인이 이득을 취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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