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약 두 달간 오르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2차 급락의 불안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증시 급락을 계기로 해외 주식시장에 대거 진출한 국내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주요 10개 증권사 투자전략 전문가들은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반등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동안 많이 올랐지만 ‘성장주’에 대한 투자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10명 중 7명 상승장 예상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의 해외 주식 투자전략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은 대체로 미국 증시가 반등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10명 가운데 7명이 상승장 지속에 표를 던졌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세계적으로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경기 전망 악화로 투자할 만한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시기일수록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큰 미국의 정보기술(IT) 업종으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중론을 폈다. 그는 “미국 증시는 시장 전체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1배를 넘을 만큼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부양책이 없다면 4분기 경기가 위축돼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소프트웨어주가 ‘톱픽’
가장 유망한 해외 주식 투자처로는 미국의 IT 소프트웨어 업종이 꼽혔다. 종목으로는 10명 중 8명이 아마존을, 6명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추천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경제활동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사업모델을 갖춘 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에게 비교적 낯선 종목도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생활에 침투한 기업이다. NH투자증권이 추천한 ‘구독형 홈트레이닝 서비스 업체’ 펠로톤이 대표적이다. 펠로톤은 지난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 급증했다. 체육시설이 폐쇄되자 집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돕는 펠로톤으로 가입자가 몰린 결과다. 김 연구원은 “펠로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고 선점했다”고 평가했다. 텐센트와 액티비전블리자드 등 게임주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도주로 꼽혔다.
바이오젠과 일라이릴리, 항서제약 등 바이오·제약 기업도 추천 종목에서 빠지지 않았다. 지금은 코로나19 백신 업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신약 개발 등 호재가 있는 이들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럽에서는 명품 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유일하게 추천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터져나오면 판매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논리다.
중국 시장 위태로워…베트남이 대안?
중국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유안타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등 4개 증권사는 중국 시장을 유망한 투자처로 꼽았지만, 대신증권 등 2개 증권사는 중화권을 기피 대상 1호로 꼽았다. 2차 미·중 무역분쟁 관련 우려와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부양책으로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김영일 부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이 담당했던 ‘세계의 생산공장’으로서의 역할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중국이 다시 한번 미국과 충돌하면 베트남이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3명의 전문가는 미국과 함께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베트남을 꼽았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미국의 소비 수요가 폭발하면 중국으로부터 ‘세계의 생산공장’ 자리를 물려받은 베트남이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범진/한경제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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