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산유국 러시아가 오는 7월 원유 생산량을 현재보다 늘려 감산 조치를 완화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당국은 7월께 국제 원유 수급 균형이 얼추 잡힐 것으로 예상해 기존 감산량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관료 세 명과 에너지산업 관계자 두 명을 인용해 러시아 당국이 7월부터 감산 조치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국의 연합체(OPEC+)간 기존 합의에 따라 대폭 감산을 6월까지만 유지한다는 얘기다.
전날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러시아 에너지기업들이 추가 감산안을 전혀 원치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이 각 기업 관계자들과 러시아가 7월부터 두 달간 추가 감산을 하는 안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도 감산 축소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러시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노박 장관은 지난 24일 에너지 관련 국무회의에서 “러시아 에너지부는 이르면 6월 혹은 7월께 전세계 석유 수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세계 원유 잉여 생산량은 현재 일평균 700만~1200만 배럴이고, 최근 석유 수요는 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업계 관계자들도 석유 수요 회복을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유업체인 상트페테르부르크오일터미널의 미하일 스키긴 최고경영자(CEO)는 “항공기 제트연료 소비량을 제외하면 석유 수요가 정상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 정유사들은 여름께 정상 가동치를 낼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스키긴 CEO는 제트연료의 경우 작년 수요량을 회복하는 데에 3년여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12일 OPEC+ 합의에 따르면 러시아 등 OPEC+ 소속국들은 5~6월 일평균 총 1200만 배럴을 감산한다. 러시아 감산 할당량은 하루 250만8000배럴 수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같다. 여기다 사우디는 다음달부터 하루 100만배럴을 자발적으로 더 줄여 생산한다.
OPEC+은 당초 합의에서 7월부터는 감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7월부터 올해 말까지 감산량을 약 50만 배럴 줄여 일평균 200만 배럴씩만 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OPEC 좌장 격인 사우디는 대폭 감산이 더 길어져야 유가가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메르산트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는 최근 러시아 등 OPEC+ 소속국들에 추가 감산을 연장하자고 압박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이 각 기업들과 추가 감산안을 논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러시아 당국이 이번에 감산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다음달 OPEC+ 회의를 앞두고 나온 협상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OPEC+는 다음달 9~10일 이틀간 온라인 화상회의를 열고 원유 시장과 유가 안정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OPEC+ 회의를 약 열흘 앞둔 지난 26일 기자들에게 “기존 OPEC+ 감산 합의는 명백히 성공적”이라며 “러시아는 다음달 OPEC+ 회의에서 (감산 연장) 결정을 내리기 전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는 지금껏 OPEC+ 감산안 등에 대해 쭉 관망하거나 신중론을 펼치다 마지막 순간에 소속국들의 제안에 동의하는 협상 방법을 써왔다”고 분석했다.
한동안 올랐던 국제 유가는 보합세다. 27일 오전 10시50분 기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7월 인도분은 배럴당 34.09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개장 가격은 34.13달러였다. 7월물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약 0.55% 내린 35.9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