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26일(11:0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정부의 자산운용평가에서 사실상 최저 등급인 '보통'을 받으며 굴욕을 맛봤던 국민연금기금이 1년 만에 '양호' 등급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11.31%로 준수한 수익률을 기록했고, 해외·대체투자 확대를 위해 과감히 조직을 개편하는 등 혁신 노력을 기울인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기금평가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기금평가는 정부가 기금의 존치 여부와 운용 실태를 평가하기 위해 매년 시행하는 제도다. 올해는 민간 전문가 35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참여했다. 평가단은 올해 국민연금을 비롯해 총 45개 공공기금의 운용 적정성을 평가했다.
올해 2월 말 기준 737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지난해 ‘보통’ 등급에서 올해 ‘양호’ 등급으로 한 단계 등급이 상승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다른 기금과 달리 2017년부터 일본 연금적립금관리운용 독립행정법인(GPIF),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 캐나다 공적연기금(CPPIB)등 국민연금기금과 규모와 성격이 비슷한 세계 5대 연기금과 비교해 운용 성과 및 적정성을 평가 받고 있다.
국민연금이 이번에 받은 ‘양호’는 △탁월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아주 미흡 등 6개로 나뉘어지는 평가 등급 가운데 3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다른 기금과 별도로 평가되지만 매년 '미흡' 이하 등급을 받는 기금이 많아야 1곳 정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국민연금은 사실상 최저 등급을 받은 셈이다. 이번 등급 상승은 국민연금이 적어도 글로벌 연기금에 뒤지지 않는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평가단은 국민연금이 계량적, 비계량적 평가 전반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수익률 11.31%를 기록하며 한 해 수익금으로 73조 4000억원을 벌어들였다. 2018년 마이너스 수익률(-0.92%)을 낸 이후 1년 만의 반등으로, 국민연금이 전략적으로 비중을 확대해온 해외주식(수익률 30.63%), 해외채권(수익률 11.85%), 대체투자(9.62%)가 전반적인 수익률 상승을 이끌었다.
국민연금이 해외·대체투자 확대를 위해 단행한 조직개편 등 투자 다변화 노력도 평가단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민연금은 작년 초 기존 대체투자실(국내 대체 전담)과 해외대체실을 부동산, 인프라, 사모 등 자산군별 대체투자 조직으로 재편했다. 그리고 올해 초엔 하부조직인 팀 단위를 국내·해외가 아닌 아시아·미주·유럽 등 지역별로 구분하고, 싱가폴, 뉴욕, 런던 등 해외 지사와의 연계를 강화시켰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싱글펀드 방식의 헤지펀드로 투자 자산군을 넓히고, 대체투자 전술적 운용 활성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투자 다변화 노력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저조한 평가를 받았던 기금운용체계 전문성과 독립성 측면을 보완하려는 노력도 등급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3명의 민간 상근전문위원직을 신설했다. 그간 기금운용지침에 따라 운영돼온 3개 전문위원회를 국민연금법 시행령으로 법제화하는 등 안정적인 기금운용체계를 갖추는 데 성과가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다만 평가단은 국민연금에 최근의 저출산·저성장·저금리 기조를 감안해 장기적인 투자 시계를 반영한 기금의 재정안정화 방안과 자산운용 목표를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20일 국민연금 기금위는 기금자산이 구조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기금축적기’에 주식 및 대체투자 등 모험적인 투자로 수익률을 높인다는 전략을 중장기 방향으로 채택한 바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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