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4월 부산의 취업자는 160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 명이나 줄었다. 같은 달 부산의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23.2% 감소한 9억967만달러로 집계됐다. 2014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심재운 부산상공회의소 조사연구본부장은 “최근 조사에서 부산 제조기업의 67%가 코로나19가 지속되면 6개월을 못 버틴다고 답했다”며 “제조업은 부산의 고용 안정 버팀목인 만큼 시와 정부의 신속하고, 적절한 지원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반기부터 경제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많은 기업의 진단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이 막혀 새로운 돌파구를 여간 찾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추락하는 부산 경제에 생존의 몸부림과 함께 상생, 협력을 외치며 지자체와 기업인, 시민들이 총력전을 펼치자 전시회와 국가를 오가는 하늘길이 열리며 생기를 조금씩 되찾고 있다. 다행인 것은 부산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의 자취를 감춰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희망의 신호탄은 부산 센텀시티에 있는 벡스코(부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나왔다. 지난 21일부터 벡스코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그동안 중단된 전시행사가 재개됐다. ‘2020 부산베이비페어’ 등 3개 전시행사가 동시에 열려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모처럼 길게 줄을 선 채 행사장에 입장했다. 이태식 벡스코 사장은 “그동안 전시장이 휴업해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냈으나 이젠 겨우 숨을 쉴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연기됐던 국제회의 등 각종 행사의 대체 개최지로 벡스코가 부상하면서 서울과 제주 등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형 행사 4개를 유치해 부산 마이스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부산도 국제 항공길 열기에 나섰다. 지난 3월 8일 이후 모든 국제선이 멈춘 에어부산은 7월부터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기로 했다.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은 “7월 1일 부산과 홍콩, 부산과 마카오 노선 운항 재개를 시작으로 중국, 일본, 동남아 노선을 차례로 띄울 방침”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용객이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추가 방역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시도 경제 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나섰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타이밍을 놓치면 늪에 빠질 수 있다”며 기업인과 시민단체, 정치인들을 만나며 부산 경제 회생전략 마련과 강력한 추진 드라이버를 걸고 있다,
지난 14일 포스트 코로나 대책으로 제조업 살리기 대책을 내놓았다. 긴급 유동성 공급과 글로벌 비즈니스 지원, 제조 업종별 맞춤 지원, 규제혁신 등 4개 분야 15개 과제에 1조8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변 권한대행은 “제조업은 일자리와 소득을 책임지고 있는 부산 경제의 근간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기간산업”이라며 “현실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세밀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도 힘을 보탰다. BNK금융그룹은 22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전통시장 활성화 캠페인 등을 통해 지역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1.5%의 저금리 대출과 보증서 대출로 7800억원 한도로 신규 자금도 지원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19조7000억원도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다.
기술보증기금도 올해 창립 31주년을 맞아 코로나19 극복과 벤처 4대 강국 실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윤모 기보 이사장은 “창업과 벤처 생태계가 무너지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없다”며 “당초 계획보다 9000억원 증가한 총 21조9000억원 이상의 보증을 공급해 위기를 함께 넘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에 터전을 잡은 기업들도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르노삼성자동차는 감소한 수출을 만회하기 위해 시장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 맞춘 혁신적인 세일즈와 시승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잡고, 출시한 신차를 지속적으로 마케팅해나갈 계획이다.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은 “많은 기업은 스스로 경영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생산을 늘리고 공급망 다변화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며 “가덕신공항과 복합리조트 건설 등 부산이 새로운 동력을 제대로 찾아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터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