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대학교(UC)가 미국의 양대 대학입학시험 점수를 입학전형에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UC를 포함한 미국 대학 상당수는 대학입학자격시험(SAT)와 대학입학학력고사(ACT) 점수를 통해 입학 예정자들의 자질을 평가해왔다. 하지만 이 시험들은 비싼 준비비용 때문에 공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는 논란도 수년간 일어왔다.
UC 이사회는 21일(현지시간) SAT, ACT 점수 활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대체시험을 4년 안에 개발하는 안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UC의 세실리아 에스토라노 이사는 “특권층을 위한 시험을 활용하는 일은 이제 끝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WSJ는 UC버클리, UCLA 등 11개 캠퍼스를 거느린 UC의 결정이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UC의 결정은 SAT, ACT가 저소득층 및 소수인종에게 불리하다는 비판 때문이다. 소수인종의 SAT, ACT 평균점수는 백인보다 낮다. WSJ의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SAT 평균점수는 1086점이었다. 인종별로 나누면 아시아계가 1223점으로 가장 높고 백인이 1123점, 히스패닉계 990점, 흑인 946점이었다. 미국에서는 그 이유를 비싼 시험준비 비용으로 분석해왔다. UC 등 여러 미국 대학들은 SAT, ACT 점수 요구 자체가 소수인종 및 저소득층에게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 몇년 동안 1000여개 대학이 SAT와 ACT 점수를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변경해 활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SAT, ACT를 둘러싼 논란은 더 거세졌다. 코로나19로 실직이 늘어나 저소득층이 곤경에 빠진 상황에서 개학까지 미뤄지면서, 사교육이 가능한 고소득층에 비해 SAT 등에서 고득점을 하기가 더 불리해졌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로 SAT와 ACT 시험 응시 기회 자체도 줄었다. 올 상반기로 예정됐던 SAT, ACT 시험일정은 취소됐다.
하지만 UC가 내놓을 SAT·ACT의 대안을 둘러싼 논쟁도 예상된다. UC 교수위원회만 해도 지난 2월 ‘SAT, ACT 점수가 높은 학생이 대학교 입학 첫해 좋은 성적을 낼 확률이 고등학교 성적 우수자보다 높다’는 의견을 냈다.미국 교육단체 페어테스트의 로버트 셰퍼 공교육 담당 이사는 “지원자의 고등학교 성적을 반영하는 것 외에 다른 평가방법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새로운 시험을 개발한다 해도 우수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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