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세계적 명품 브랜드를 라인업으로 꾸린 현대백화점(조감도)이 입점한다. 이 백화점은 새로 들어서는 신분당선 역사와 보행 통로로 이어진다. 현대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에게 제시한 ‘디에이치 한남’의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 입찰 3사(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가운데 처음으로 사업 제안서 내용을 19일 공개했다.
현대건설은 우선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조합 추산 공사비(1조8880억원)보다 1500억원 절감한 1조7377억원을 대안 공사비로 내놨다. 공사비는 줄이지만 조합의 권고 마감 수준을 100% 지키겠다고 했다.
금융 조건으로는 담보인정비율(LTV) 40%까지인 기본 이주비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LTV 100%까지 이주비를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또 사업촉진비 5000억원을 마련해 명도와 세입자 해결, 인허가 지연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기로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작년 말 입찰 때 반응이 좋았던 조합원 부담금을 입주 1년 뒤에 내게 하는 조건을 다시 넣었다”며 “계약할 때 조합원 환급금 50%를 선지급하는 제안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입점 추진은 핵심 차별화 전략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작년 10월 범(汎)현대가인 현대백화점그룹과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백화점은 계열사 및 보유 브랜드의 한남3구역 상가 입점과 입주민 대상 주거 서비스 제공 등을 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신분당선 역사가 새로 생기면 현대백화점과 이 역사를 잇는 보행통로 건설을 추진한다. 세계적인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에비슨영과 협업해 상업 시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운영 계획도 짜고 있다.
정비업계는 이번 입찰에서 현대건설의 재무 안정성이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현대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조4446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6.7% 증가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우량한 신용등급(AA- )을 갖춰 사업에 필요한 사업비와 이주비를 조달할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이 필요 없다”며 “여기서 수수료만 약 1090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절감 비용으로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줄이거나 상품 마감에 더 투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남3구역 조합은 다음달 4일 서울 장충동 제이그랜하우스에서 합동 설명회를 연다.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한 조합 총회는 같은 달 21일 개최한다. 총회엔 전체 조합원의 50% 이상 참여가 필요한 만큼 총회 장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추이를 보고 정할 계획이다.
한남3구역은 서울 한남동 686 일대 노후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지하 6층~지상 22층 아파트 197개동 5816가구와 복리·상업 시설로 짓는 재개발 사업이다. 지난해 하반기 과열 수주전으로 입찰이 한 차례 무산된 이후 코로나19로 시공사 선정이 지연돼 왔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