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의 회사채 매입 대상이 신용등급 ‘AA- 이상’에서 ‘A+ 이상’으로 확대된다. 일반 회사채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회사와 캐피털 회사 등이 발행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도 포함한다. 여전채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편입도 가능해졌다. P-CBO는 자기신용으로는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에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서 채권 발행을 돕는 제도다.
채권안정펀드 매입 대상 완화금융위원회는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열고 채안펀드가 가동을 시작한 지난달 1일 이후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진 기업의 회사채까지 채안펀드 매입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결정으로 채안펀드 운용사들이 보다 수월하게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1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채안펀드 운용사들은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매수 주문을 내지 않았다. 신용등급은 AA-였지만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이유에서 주문을 꺼렸다. 채안펀드는 신용등급 AA- 이상 채권만 사들일 수 있는데 갑자기 A+로 떨어지면 되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 이외에도 녹십자 롯데렌탈 한국항공우주 한화에너지 LG하우시스 SK인천석유화학 등이 AA- 등급이지만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다. 채안펀드 매입 대상 기준이 바뀌면 이들 기업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많다.
채안펀드가 A+ 등급의 여전채까지 사줄 수 있게 되자 신용도가 낮은 캐피털 회사들의 기대도 높아졌다. A+ 등급 여전채는 아예 매입 대상에서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A+인 아주캐피탈은 지난달 채권을 전혀 발행하지 못했다. 지난달 한국캐피탈은 500억원을 3년 만기로 단 한 번 발행하고 말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아주캐피탈이 앞으로 3개월 동안 갚아야 하는 채권은 2600억원에 달한다. 한국캐피탈도 3개월 동안 1450억원어치의 채권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첫발 내딛는 P-CBOP-CBO 매입 대상도 늘어났다. A-등급과 A등급 여전채도 포함됐다. 신보가 보증을 해주면 그만큼 안정적으로 채권을 찍어낼 수 있다. 한국캐피탈과 애큐온캐피탈, 롯데오토리스 등 A-에서 A등급 사이 회사들의 수혜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 3월 1차 비상경제회의 등에서 발표된 11조7000억원 규모의 P-CBO는 오는 29일 1조원에 가까운 물량을 발행하며 첫발을 내디딘다. 금융위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 23곳의 요청을 받아 509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P-CBO 형태로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주력산업 및 관련 업종 기업 174곳을 대상으로 한 4277억원어치 P-CBO도 같은 날 발행된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시장 안정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저신용 기업의 자금 조달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현재 협의 중인 20조원 규모의 회사채·CP 매입기구가 본격 가동되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운용하는 사무국은 이번주에 산업은행에 설치된다.
김진성/박진우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