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화웨이 폴더블폰, 애플의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타공인 삼성전자의 라이벌들이 '적과의 동침'을 선택할 만큼 삼성표 디스플레이의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여서 눈길을 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간 중국 BOE의 패널을 탑재했던 화웨이 폴더블폰에는 처음으로, 애플에는 지난해 출시된 플래그십(전략) 모델 '아이폰11 프로'에 이어 또 한 번 패널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확인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메이트Xs'의 후속 폴더블폰을 준비하고 있다. 신제품은 화웨이가 고수해온 '아웃폴딩' 방식이 아닌 '인폴딩' 방식이 될 전망이다. 애플도 올 하반기 첫 5G 채택 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를 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화웨이는 그간 폴더블폰에 BOE의 OLED 패널을 탑재해왔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을 밀어낸 BOE는 플렉서블 OLED 시장 진입에도 광폭 행보를 보이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다. 단 아직까지 생산 수율과 패널 품질에서 업계 1위 삼성디스플레이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BOE 패널을 탑재한 화웨이의 첫 폴더블폰 '메이트X'는 영하 5도 이하에선 사용하지 못하는 등 내구성 문제를 겪었다. 올 3월 글로벌 출시된 메이트Xs 역시 BOE 패널을 장착했지만 여전히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화웨이가 삼성디스플레이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이어 안정적인 폴더블폰 OLED 패널 공급처를 추가로 품게 됐다.
폴더블폰 OLED 패널은 연평균 2배씩 고속성장이 기대되는 '차세대 먹거리'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니아에 따르면 폴더블폰 OLED 패널 시장 규모는 올해 390만대에서 2026년에는 7310만대 수준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플렉서블 OLED 시장에서 폴더블 OLED가 차지하는 비율도 올해 1.3%에서 2026년 11.3%로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 '갤럭시Z플립'에 탑재된 폴더블 OLED 핵심기술인 초박막 강화유리(UTG)를 상용화하는 등 기술 '초격차'에 주력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처음 가동한 베트남 폴더블 OLED 모듈 생산라인에 추가 생산라인을 구축, 폴더블 패널 사업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폴더블 OLED 시장에서 89.6%의 압도적 점유율을 올렸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플렉서블 OLED 시장에서도 독주를 이어간다. 다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9월 출시가 유력한 아이폰12 시리즈의 고급 모델 '아이폰12 프로'와 '아이폰12 프로 맥스'에 OLED 패널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위 모델인 '아이폰12'와 '아이폰12 맥스'에는 BOE가 OLED 패널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1 프로' 전량과 '아이폰11 프로 맥스' 약 90%에 OLED 패널을 납품한 바 있다. 최근에는 화웨이 'P40 프로 플러스', 샤오미 '미10' 시리즈 일부 모델에도 OLED 패널을 공급하는 등 삼성전자 이외에도 중국 제조사들 중심으로 다양한 고객사 유치에 힘쓰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내년에 출시할 플래그십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탑재되지 않을 수도 있다. BOE를 비롯한 중화권의 패널이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으로 다른 고객사 매출을 늘려 점차 비중이 떨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대안처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는 약 3680만장의 플렉서블 OLED 패널을 출하, 시장점유율 79.2%로 1위를 기록했다. 화웨이 플래그십 'P40'과 오포 '레노3 프로' 등에 패널을 출하한 BOE는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이 1.5배 이상 느는 등 삼성디스플레이 추격에 고삐를 쥐고 있지만 아직 격차는 크다. BOE는 이 기간 450만장의 패널을 출하해 점유율 9.9%에 그쳤다.
타 제조사 패널 공급 계획과 관련해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납품하는 부품사 입장에서 제조사가 아직 출시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