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에 미국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2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업체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는 16일 “비만, 당뇨, 천식에서부터 자폐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이 장(腸) 내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임상 1상 2건 마쳐”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 내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이다. 장은 면역세포의 70% 이상이 서식해 ‘인체 최대 면역기관’으로 불린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장 내 미생물의 분포가 불균형해 일어나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환자의 장에 부족한 미생물을 투약해 장 속 미생물 생태계를 뒤바꾸는 개념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인체에서 공생하는 미생물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다른 신약 후보물질에 비해 안전성 우려가 적다.
다음달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에 기반한 건선 치료제인 ‘KBLP-001’의 임상 2상 시험계획(IND)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른 대형제약사를 포함해 다른 바이오기업들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개발하고 있지만 임상 2상을 앞두고 있는 업체는 고바이오랩이 국내서 유일하다. 고 대표는 “조만간 호주에서 진행한 임상 1상 공식 결과를 받을 예정”이라며 “천식 치료제인 ‘KBLP-002’도 올 하반기 임상 1상을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으로 임상 1상에 들어간 후보물질 3개 중 2개를 고바이오랩이 개발하고 있다.
세계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업체로는 미국의 세레스가 꼽힌다. 장염 치료제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이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가 첫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 대표는 “세레스와 고바이오랩의 개발 속도 사이에 큰 격차가 없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지난해 811억달러에서 2023년 1087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코스닥 상장 추진”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플랫폼 기술인 ‘스마티옴(SMARTiome)’을 갖고 있다. 스마티옴은 10년 이상 축적한 한국인 3000명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인 ‘백스데이터’, 5000여종의 미생물 후보군을 확보한 ‘백스뱅크’, 마이크로바이옴 임상 데이터 분석·평가 시스템인 ‘백스플로어’ 등 3가지 기술로 이루어져 있다. 고 대표는 "스마티옴을 통해 새로운 후보물질을 계속 발굴할 수 있다"며 “비알코올성 지방감염(NASH),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증 등 다른 적응증을 표적하는 후보물질들은 비임상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파이프라인 만이 아니라 아토피성 피부염, 다발성 경화증 등 다양한 면역계 질환으로 파이프라인 확장이 가능하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 고 대표가 일찍이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데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아버지‘로 꼽히는 제프 고든 미국 워싱턴 의과대학 교수와의 만남이 영향을 미쳤다. 2011년 미국에서 고든 교수와 공동연구를 하게 된 고 대표는 연구소에서 같이 일하던 과학자들이 세레스 등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를 개척하는 기업으로 이직하는 걸 봤다. 연구가 산업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을 지켜본 그는 2014년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 대표는 “올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기술성 평가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 초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