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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10년 넘게 버려졌던 땅, '알파돔시티'가 이제는 카카오,네이버가 먼저 찾는 '판교의 심장'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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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10년 넘게 버려졌던 땅, '알파돔시티'가 이제는 카카오,네이버가 먼저 찾는 '판교의 심장'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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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5월12일(07:5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자리 잡은 알파돔시티가 네이버 계열사에 이어 카카오 본사까지 입주사로 유치하면서 IT 중심지 판교의 심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불어 닥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수년간 표류하며 수천억 대 손실만 남길 뻔했던 사업이 이제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공모 개발사업으로 불리게 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 IT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배팅한 주요 투자자들의 판단과 작은 성공 사례들을 연달아 만들어내며 전체 사업에 탄력을 더한 장기 전략이 자칫 무산될 뻔했던 사업을 되살려낸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버려졌던 땅, 이제는 네이버·카카오가 먼저 찾는 IT 심장부로

카카오는 지난달 29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판교 알파돔시티 6-1블록’에 들어설 지하 7층~지상 15층 건물 전체를 10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서에는 임차 기간을 추가로 10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옵션도 담겨 있다. 이 건물의 준공 예정일은 내년 10월이며 카카오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 등을 마친 뒤 다음 해 5월부터 계열사들을 이곳으로 모을 예정이다.
6-1블록 빌딩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투자자는 대한지방행정공제회다. 행정공제회는 2017년 말 건물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4700여억 원을 주고 이곳 토지와 앞으로 들어설 건물을 사들였다.

함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6-2블록 빌딩은 네이버 계열사를 주요 입주사로 확보한 뒤 공사에 들어갔다. 네이버는 2017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6-2블록 빌딩 건설을 위해 마련한 부동산 사모펀드에 2000여억 원을 투자했다. 빌딩 개발 사업에 투자해 개발 이익을 거두려는 목적과 함께 계열사들이 사용할 업무 공간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는 게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63빌딩보다 더 큰 초대형 리츠로 2022~2023년에 상장 준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 빌딩 모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를 통해 토지구입비와 공사비용을 마련한 만큼 건물 완공 이후 입주가 완료되면 6-1·2 두 동의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묶은 리츠(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빌딩의 연면적(건축물 바닥면적의 합)은 63빌딩(23만8429㎡)의 1.5배에 달하는 35만6289㎡ 에 달한다. 이 빌딩들을 기초 자산으로 한 리츠가 상장할 경우 국내 최대 규모의 상장 리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리츠가 상장되면 행정공제회 등 투자자들은 임대료 수입을 통해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리츠 지분 일부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행정공제회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입주가 마무리되고 나면 2022년 말이나 2023년 초쯤 두 빌딩을 자산으로 한 리츠를 만들어 상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한국 대표 IT기업들이 입주한 초대형 오피스빌딩이기 때문에 흥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삽도 못 뜨고 4600억 원 날릴 뻔했던 사업

지금은 투자자들에게 큰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는 성공한 사업이 됐지만 불과 3, 4년 전만 해도 알파돔시티 개발 사업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특히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계속되던 2010년대 초반엔 투자자들에게 4000억 원 대의 손실만 남기고 사업이 무너질 뻔했다.
알파돔시티 개발사업은 2007년 12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롯데건설 컨소시엄이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총 사업비 5조 원 규모의 대형 개발사업으로 13만7497㎡(4만1593평) 대지에 오피스 빌딩, 아파트, 백화점, 호텔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었다.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된 시행사 알파돔시티PFV의 자본금은 4600여억원으로 행정공제회는 이곳에 1300여억원을 출자하면서 최대 민간 출자자이자 사업을 이끄는 주관사가 됐다.

야심 찼던 시작과는 달리 알파돔시티 개발사업은 계약을 맺은 지 몇 달 안 돼 곧바로 고꾸라질 위기를 맞는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사업비를 조달하지 못하게 되면서 수년간 사업이 꼼짝없이 멈춰 서게 됐다.

당초 2014년까지 사업을 마무리짓는 걸 목표로 했지만 2011년까지 사업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2010년엔 알파돔PFV가 LH에게 토지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면서, 계약이 해지돼 계약금 2360억원과 사업이행 보증금 2000억원이 모두 날아갈 뻔했던 위기도 있었다.
◆선매각 방식으로 1조5000억 원의 실탄을 확보

알파돔시티 개발 사업이 부활의 발판을 마련한 건 2012년이다. 행정공제회와 현대백화점이 알파돔시티 내 일부 토지와 그 위에 들어설 건물을 미리 사들이는 선매입 방식으로 각각 2400억원과, 4200억원을 알파돔시티PFV에 지불했다.

토지 소유자인 LH 역시 땅값 3400억원을 현금 대신 앞으로 들어설 건물에 대한 지분으로 받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보탰다.

이를 통해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지었고, 행정공제회는 6-3블록 빌딩을, LH는 6-4블록 빌딩을 갖게 됐다.

행정공제회 관계자는 “당시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게 여겨지는 알파돔시티 사업에 투자하는 걸 놓고 조직 안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며 “앞으로 IT산업이 성장하면서 판교를 찾는 기업이 크게 늘어날 거고, 부동산 경기도 다시 나아질 거라는 걸 근거로 조직 구성원들과 여러 위원회를 설득해나갔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의 알파리움타워 입주로 가능성 보여줘

행정공제회와 LH, 현대백화점으로부터 받은 돈과 금융권에서 빌린 중도금 대출로 1조5000여억원의 실탄을 마련한 알파돔시티PFV는 우선 전체 사업 부지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사업 규모가 작은 블록들부터 사업을 재개했다. 이를 통해 알파리움(아파트), 알파리움타워1·2, 현대백화점, 6-3·4블록 오피스 빌딩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후 알파리움타워1·2에는 2016년 삼성물산이 입주하게 되고 같은 해 건물을 싱가포르계 자산운용사인 ARA에셋메니지먼트에 약 5000억원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LH가 보유했던 6-4블록 빌딩은 신한금융컨소시엄에 매각돼 이후 주식시장에 상장된 ‘신한알파리츠’의 기초자산으로 편입됐다.

행정공제회 역시 6-3블록 빌딩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4700억원에 매각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행정공제회가 이 매각으로 1000억원가량의 시세 차익과 함께 빌딩 개발 사업에 대출해주고 받은 이자 수익을 합해 2000억원가량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알파돔시티PFV 관계자는 “2016년 삼성물산이 알파리움타워에 입주한 게 이후 알파돔시티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며 “삼성 계열사가 알파돔시티 내 빌딩을 통째로 임대하면서 앞으로 판교와 알파돔시티가 업무 중심지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다른 기업들과 투자자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설명한 과정을 거쳐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알파돔시티에는 더 큰 최종 과제가 놓여있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연면적 23만8429㎡)보다 더 큰 면적으로 6-1블록과 6-2블록에 들어설 빌딩의 개발을 성공시키는 과제였다.

◆출자사 지분 구조조정으로 만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소통 체계

초대형 개발사업에 도전하기 위해 행정공제회를 중심으로 한 주요 투자자들은 먼저 알파돔시티PFV에 참여한 출자사들의 지분을 조정하는 작업을 거친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출자사들이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놨던 게 그동안 사업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6-1·2블록 사업은 앞서 진행했던 사업들보다 더 큰 규모의 사업이면서 알파돔시티 프로젝트의 최종 수익성을 결정짓는 사업이었다. 그만큼 통일되고 신속한 의사소통 체계를 갖추는 게 절실히 필요했다.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전체 지분의 30%를 갖고 있던 건설사들과 다른 재무적 투자자들은 주주 명단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행정공제회(47%), LH (28.34%) 교보증권(18%)으로 지분 구조가 간소해졌다.

알파돔PFV 관계자는 “한때 출자사들의 수가 17개에 달할 정도로 많았던 게 알파돔시티 개발사업을 밀고 나가는 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각 회사들마다 이해관계도 다르고 회사별로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안건 하나 처리하는 데 몇 개월, 1년이 걸리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입주한 초대형 리츠로 상장 준비

알파돔시티 개발 사업의 최대 과제였던 6-1·2블록 사업은 2017년 말 행정공제회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이 두 블록을 8000억 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2만4135㎡에 달하는 토지를 3.3㎡당 1억900만원을 주고 구입하는 거래였다.

행정공제회는 6-3빌딩을 매각하면서 손에 쥔 4700억 원을 6-1블록 토지 매입에 재투자했다. 이후 미래에셋대우에서 빌딩 건설비를 마련하기 위한 1조원대 프로젝트 파이낸싱(PF)를 성사시켰고 지난해 1월 6-1·2블록에서 첫 공사가 시작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행정공제회가 6-1블록 투자로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공사가 마무리되기 1년도 더 남은 시점에서 카카오에게 건물을 통째로 임대하는 장기 계약을 맺음으로써 빌딩의 가치가 크게 올라간 데다 앞으로 10~20년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6-1·2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묶은 리츠를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면 빌딩을 매각하지 않고도 주식 시장에서 주식을 팔아 초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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