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45)의 생애 라이벌 중 한 명이 필 미컬슨(50)입니다.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해 투어 통산 44승을 올린 그의 특기가 쇼트게임이란 것은 많은 분이 알고 있는 골프 상식이죠. 가파른 벙커 턱에서 그린을 뒤에 두고 친 ‘백플립(back-flip) 샷’으로 거짓말처럼 홀컵 옆에 공을 붙이는 묘기는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상징하는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런 미컬슨이 비행기 조종사인 아버지가 집 뒷마당에 만든 골프연습장에서 세 살 때부터 쇼트게임을 놀이하듯 익혔고, 아버지를 마주보고 따라하다 오른손잡이인 그가 왼손잡이 골퍼가 됐다는 것은 그닥 많이 알려진 일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골프를 놀이하듯 익힐 수 있으니, 미국이 골프 강국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에선 골프 자체가 귀한 운동이다 보니 뒷마당에서 쇼트게임 연습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그런지 주말골퍼들이 까다롭게 생각하는 트러블 샷 중 하나가 바로 내리막 급경사 어프로치입니다. 자세를 바로 잡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공을 제대로 맞힐 수도 없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지난번 오르막 급경사 탈출법에서 다뤘듯 이번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셋업 확보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어깨 라인을 경사면에 딱 맞추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어렵기도 합니다. 저는 스윙 궤도를 경사면에 맞추는 걸 권합니다. 우선 다리를 좀 넓게 벌려 탄탄한 스탠스를 만듭니다. 이때 오른발을 뒤로 살짝 빼면 스윙궤도가 좀 더 완만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집니다. 그다음 2~3번 빈 스윙으로 공 근처 잔디를 쳐보면 클럽헤드가 닿는 곳이 확인됩니다. 어드레스 때 공 위치를 어디로 해야 할지의 기준이죠. 뒤땅 또는 토핑을 최소화하려면 꼭 필요한 절차입니다.
이제 스윙 차례입니다. 경사면을 따라 백스윙, 경사면을 따라 임팩트, 경사면을 따라 폴로스루….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마치 클럽헤드로 공만 떠내듯 말이죠.
가파른 내리막이니 공이 생각보다 잘 굴러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대개는 그린과 이 경사면 사이에 둔덕이 있게 마련인데(배수를 위해) 이 둔덕을 먼저 맞혀 속도를 줄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선 정말로 상상력이 필요하죠. ‘얼마나 공이 튈지, 얼마나 공에 스핀이 걸릴지’ 이런 상상을 하며 어프로치를 하는 게 진짜 골프의 묘미입니다. 실패한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으니 “트러블 샷을 연마할 기회”라고 되뇌며 긴장을 푸는 게 중요합니다. 골프 샷 하나하나가 스트레스가 아니라 ‘스릴’로 바뀔 수 있으니까요.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