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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 김남구 '12년 헤지펀드 뚝심' 빛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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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금융지주 산하 싱가포르 자산운용사인 키아라어드바이저가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헤지펀드 판매를 시작한다. 주력 펀드인 ‘키아라 아시아퍼시픽(AP)펀드’가 6년간 시장평균을 웃도는 성과를 내며 펀드 운용이 안정궤도에 오르자 투자자 확대에 나선 것이다. 현재 펀드 투자자는 한국금융지주와 일부 해외 기관투자가로 구성돼 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12년 전 싱가포르에 국내 최초로 헤지펀드를 설립하는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주식 롱쇼트로 3년 수익률 26%

키아라어드바이저는 키아라AP펀드를 한국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하고 조만간 국내 주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판매에 나선다. 키아라어드바이저는 2014년 9월 키아라AP펀드를 설정한 뒤 6년째 운용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이 투자 대상이다. 투자국별 비중은 작년 말 기준 한국 42%, 중국 28%, 홍콩·마카오 13%, 대만 9% 등이다. 저평가된 기업주식은 매수(롱)하고, 고평가된 주식은 공매도(쇼트)하는 ‘롱쇼트 전략’을 구사한다.

최근 3년간 누적수익률은 25.9%로 벤치마크(비교 대상 지수) 대상인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롱쇼트 헤지펀드 성과(평균 5.2%)를 크게 웃돌았다. 올해도 지난 4월 말까지 수익률 3.2%로 선방 중이다. 펀드 운용 규모는 2월 말 2억달러(약 2450억원)를 넘어섰다.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은 38.9%다.

남궁성 키아라어드바이저 대표는 “펀드 설정 직후부터 지금까지 자체 리서치인력이 투자대상 기업을 발굴하는 ‘보텀업’ 투자전략을 쓰고 있다”며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등 채권을 편입하거나 투자지역을 바꾸지 않고 주식 롱쇼트 전략만으로 시황변동과 무관한 절대수익을 추구한 게 좋은 성과를 낸 비결”이라고 말했다.

당초 키아라어드바이저는 올초부터 미국 유럽 중동 등 글로벌 기관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세일즈가 여의치 않자 한국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직접 청약뿐 아니라 사모재간접펀드 편입을 통한 판매방식도 검토 중이다.

김남구의 헤지펀드 외길 빛 보나

키아라어드바이저는 해외에 설립한 자회사 중 김남구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가진 회사로 꼽힌다. 김 회장은 한국금융지주 사장 시절인 2000년대 중반부터 헤지펀드가 자산운용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아시아 헤지펀드 중심지인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을 추진했다. 2008년 2월 미국 헤지펀드운용사인 아틀라스캐피털과 합작해 ‘케이아틀라스(K-Atlas)’를 세웠다.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에 직접 헤지펀드운용사를 설립한 첫 사례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케이아틀라스는 큰 손실을 입었다. 합작사인 아틀라스는 철수하고, 한국금융지주는 키아라어드바이저를 통해 ‘키아라캐피탈 펀드’를 운용했다.

이후에도 싱가포르 헤지펀드 사업은 많은 고비를 맞았다. 그때마다 김 회장은 “헤지펀드 사업은 앞으로 10년은 지켜보자”며 버텼다. 2009년부터 한국투자증권 싱가포르 법인을 총괄해온 남궁 대표를 키아라어드바이저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고, 2014년엔 국민연금과 싱가포르 헤지펀드운용사 등지에서 경력을 쌓은 김성욱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영입하는 등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키아라AP펀드가 안정적인 성과를 내자 한국금융지주의 헤지펀드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궁 대표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해외에서도 펀드를 판매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헤지펀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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