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 소설 원작을 무대화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뛰어난 드라마와 음악으로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뮤지컬계 ‘빅4’로 꼽힌다. 2012년 휴 잭맨이 주연한 동명 영화는 뮤지컬의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해 영화화한 작품이었다. 13일 개봉하는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사진)는 지난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16주간 전석 매진을 기록한 뮤지컬 콘서트 공연 실황을 고스란히 카메라로 담아냈다. 2012년 버전과 이번 개봉작은 모두 극장에서 상영하지만, 형식은 완전히 다른 셈이다.
콘서트 형식이지만 세트나 의상 없이 배우들이 무대에서 스탠딩 마이크를 통해 노래만 들려주는 일반 뮤지컬 콘서트와는 다르다. 뮤지컬 공연 세트를 축약해 놓은 듯한 무대에 65명의 배우가 오른다. 배우들이 공연 의상을 입고 장면에 따라 의상을 갈아입으며 연기와 노래를 함께 보여줌으로써 몰입도를 높인다.
작품은 관객들이 무대 위 공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하는 데 집중했다. 장면마다 롱샷으로 무대 전체를 보여준 뒤 극중 화자로 카메라가 접근한다. 인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나오도록 잡은 풀샷과 허리부터 머리까지 포착한 미디엄샷이 대종을 이룬다. 이는 어디까지나 공연이란 사실을 관객에게 주지시키고자 택한 전략이다. 인물을 가슴부터 머리까지 잡는 바스트샷은 극히 절제했고, 얼굴만 담은 클로즈업은 1막 엔딩곡 ‘원 데이 모어’를 부르는 마리우스의 결연한 표정을 잠깐 보여주는 데만 나온다. 일반적인 영화라면 관객을 몰입시키기 위해 훨씬 더 많은 클로즈업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형 스크린 덕분에 ‘후 엠 아이’를 부르는 장발장 역 테너 알피 보의 눈동자에 담긴 애절함을 느낄 수 있다. 약간의 카메라워크와 편집만으로도 관객들의 이해도를 끌어올린 셈이다. 그 덕분에 이 작품은 공연에서 얻는 감동과 전율을 거의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배우와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하모니, 현장의 뜨거운 공기를 비교적 충실하게 담아내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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