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각국에서 ‘K금융’의 불씨를 지피고 있지만 발목을 잡는 내부 요인이 적지 않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금융권 특유의 보수적인 업무 체계와 문화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권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게 하는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보수적 직급·업무 체계다. 다른 업종은 기존 직급 및 호칭을 깨고 수평적인 의사소통 체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금융사는 여전히 사원-최고경영자(CEO)까지 촘촘하게 짜인 직급 체계를 따르고 있다. 상명하복식 문화가 곳곳에 남아 있는 이유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금융사는 고객의 돈을 다루는 업종이어서 보수적인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여전하다”면서도 “수직적인 문화 때문에 혁신을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평가 방식도 도전을 어렵게 하는 부분 중 하나다. 금융사에는 전 직원에게 핵심평가지표(KPI)를 부여하고 일괄적으로 평가를 하는 방식이 보편화돼 있다. 대부분 정량적 평가로 구성돼 있다. ‘목표 맞추기’식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업무적인 실험을 하더라도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위에서 준 목표만 따르는 것이 직원으로서는 마음이 편하다”고 털어놨다.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 편이다. 인사가 대부분 순환보직 형태로 이뤄지는 탓이다. 특정 분야 근로자만 특별히 우대하기도 어렵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을 해볼 만하면 근무지가 바뀌는 경우가 많고 특별 대우도 대부분 외부 수혈 인력 위주로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며 “K금융의 중심이 되는 글로벌·핀테크 분야에 전문가 육성이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거대 자본과 인력을 보유하고도 핀테크 업계에 혁신의 승기를 빼앗기는 경우도 많다는 게 업계 얘기다.
금융사들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문화 탈바꿈’에 나서고 있다. 각 금융지주는 자본을 투자해 직접 핀테크 업체를 육성하고 있다. 임직원들을 독려해 사내 벤처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융사 CEO들이 사내 벤처 운영을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금융권 내부에서도 보수적인 문화를 깨고 ‘진짜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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