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로큰롤 시대를 이끌었던 선구자 리틀 리처드(본명 리처드 웨인 페니먼)가 지난 9일(현지시간)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향년 87세.
11일 외신에 따르면 골수암으로 세상을 떠난 리처드의 강렬한 피아노 연주, 목을 긁는 듯한 그로링 창법 등은 기존 음악의 경계를 허물며 로큰롤 태동기 비틀스를 비롯한 많은 후배 음악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비틀스와 롤링스톤스가 1960년대 리처드의 영국 공연에서 오프닝 밴드로 서고, '기타의 신'으로 추앙받는 지미 헨드릭스가 그의 밴드에서 연주했을 정도다.
20세기 대중음악의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그는 '로큰롤의 혁신가' '로큰롤의 창시자' '로큰롤의 설계자' 등으로 불렸다. 리처드는 1986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1990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2003년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각각 올랐다.
그는 음악으로 인종 간의 장벽을 무너뜨리며 미국 사회에도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만 해도 공연장 객석이 백인과 유색인종으로 나뉘어 있었다. 리처드의 공연이 끝날 때면 매번 백인과 흑인이 뒤섞여 열광했다.
그는 생전에 인터뷰에서 "나는 언제나 로큰롤이 모든 인종을 화합하도록 해준다고 생각해왔다"며 "특히나 인종 간의 장벽이 있던 남부 출신이지만 우리 흑인들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던 이 모든 사람들이 이토록 나를 사랑해줬다"고 말했다.
수많은 전설적 음악가들은 잇따라 그를 애도했다.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는 내 10대 초반에 가장 큰 영감을 줬고, 그의 음악에서는 1950년대 중반 음악계를 처음 강타한 그 때처럼 여전히 날 것의 짜릿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고 썼다.
밥 딜런은 "어린 소년 시절 리틀 리처드는 빛나는 별이었고 나를 안내하는 빛이었다"며 "물론 그는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지만, 삶의 한 부분이 사라진 것만 같다"고 했다.
엘튼 존은 "음악적으로, 보컬에서나 시각적으로나 그는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줬다"며 "십대 시절 그의 라이브를 보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흥분되는 사건이었다"고 전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