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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끓는 점 낮은 비행기 안, 커피가 가장 맛있게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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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액체와 만난다. 아침에 일어나 샴푸로 머리를 감고 보디클렌저로 몸을 닦는다. 식용유로 햄을 굽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며, 휘발유와 경유가 연료인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이런 고체도 기체도 아닌 액체가 어떤 특성을 갖고 또 어떤 도움과 해악을 주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크 미오도닉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기계공학과 교수는 재료공학을 전공한 과학자답게 런던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에서 눈에 보였던 액체를 특별한 시선으로 관찰했다. 비행기 좌석 앞에 붙여진 액정 화면과 화장실에서 만난 액체비누, 식사와 함께 받은 와인 한 잔에서 시작한 그의 호기심은 비행기 밖 구름 속 물방울과 그 아래 펼쳐진 거대한 바다에까지 이른다. 《흐르는 것들의 과학》은 미오도닉 교수가 비행 중 접한 다양한 액체를 등유, 알코올, 바다, 접착제, 침, 액정, 음료, 세정제, 냉매, 구름, 바다 등 13가지 분야로 나눠 그 안에 숨어 있는 과학적 특성을 밝혀낸다.

저자는 액체에 대한 비범한 질문들을 던진다. ‘볼펜의 잉크가 종이 위에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는 이유’를 묻는 식이다. 그러고 나선 “볼펜 잉크는 충격이나 압력을 주면 액체처럼 흐르지 않고 점성이 생겨 고체처럼 돼 버리는 비뉴턴식 거동 물질인 ‘우블렉’과 비슷한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상공에 있는 비행기에선 커피와 차 가운데 뭘 마셔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로 접근한다. 답은 커피다. 비행기 내에선 기압이 낮아 물의 끓는 점이 92도로 커피가 가장 맛있게 내려지는 온도지만 차는 끓는 점이 낮아지면 맛 분자가 적게 추출돼 깊은 맛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생명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때론 무법자적 공포를 본성으로 가진 액체를 통제해온 인간이 그 특성을 더욱 깊이 파악하고 활용한다면 미래의 삶은 액체와 함께 더욱 풍성하고 안전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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